2005년 05월 02일
4월 30일,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 - 천안북일 : 동성

4338년 4월 30일 오후 1시. 동대문 운동장. 대통령배 고교야구대회 천안북일고 대 동성고(옛 광주상고. 이름이 바뀐 덕에 처음엔 이거 어디야 했었는데). 사진은 서로 공정한 시합을 할 것을 다짐하며 인사를 나누고 각자의 벤치로 돌아오는 모습.
딱히 모교를 좋아하는 건 아니다. 까놓고 말해 "다시 가지 못할 학창시절을 나는 사랑할거야"라던 이현석 씨의 '학창시절'보다는 "수많은 악칙과 악법 연필보단 주먹 동료가 되기 전에는 적"이라던 김진표 씨의 '학교에서 배운 것'이 내 학창시절에 훨씬 가깝다. 학창시절의 청춘이나 추억 이라는 낯간지러운 낱말은 내 인생에선 별로 해당사항이 없긴 하다. 하지만 그래도 다 지나고 난 지금, 학업같은 걸 떠나서 볼 수 있는 지금에 와선 땀 흘려 뛰는 그 나이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 자체는 나쁘진 않다는 느낌이다. 직접 하는 건 잘 못해도 스포츠를 보는 건 좋아하기도 하고. (다들 의외라고는 하지만 축구와 야구는 꽤 좋아한다. 특히 야구는 한화, 축구는 삼성. 권투는 순전히 「더 파이팅」덕에 경기를 유심히 보게 된 경우고)
내가 고교야구를 좋아하는 건 '학창시절'보다는, '프로보다 아마추어를 좋아하는' 내 감성에 더 가깝다. 만화를 보는 내 선택지가 스포츠에서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셈. 적어도 프로에선 보기 어려운 장면들이 잘도 터져나오기 때문. 단지 응원할 팀이 내가 그래도 고교시절에 전국 제패라는 걸 하는 걸 봤던 모교 야구부라는 것 정도랄까. 뭐, 그 때의 야구부는 정말 셌지. (먼산) 학교 차원에서 수업도 제끼고 전교생 다 올라와선 스탠드를 빨간 체육복(거의 교련복)으로 물들이고 응원해대던 건 지금 생각해도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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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 후에도 두어 번은 갔었던 것 같은데… 이번에 간 건 그로부터도 한 2년은 되었나보다. 꽤 오랜만에 동대문야구장을 찾은 첫 소감. 예전엔 몰랐는데 여기 정말 숨쉬기 힘들다는 거. 역 밖으로 나오는 순간 폐로 쳐들어간 공기가 사람을 잡더라. 대체 어떻게 이 정도로 더러운 공기를 하루 종일 마시고 그 안에서 밥을 먹을 수 있을까 싶을 정도였으니… 가슴이 저릿거리는 게 아주 괴로웠다. 둘째 소감이라면… 야구장 안에 연세 지긋하신 분들이 꽤 많더라는 점. 나이가 좀 어린 친구들은 거의 보이질 않고, 청년도 별로 없고…. 16강전이니 그럴 만도 하긴 하지만 학부모 외에는 근처 노인 분들 뿐 아닌가 싶어서 식은땀이 비질비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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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간 5천원짜리 일반 표를 구입하고(머리 깎고 갔으면 고교생이라 우길 수도 있었을지도 모르겠지만) 들어갔는데 하필 동성고 쪽 응원석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돌아나왔음. (…) 아아. 「슬램덩크」에서 산왕 응원석으로 들어간 대만이 친구놈들의 심정이 어땠을까 새삼 절감. 모자도 없이 땡볕에 앉아선 1년치 일광욕을 하루만에 끝내는 구나 싶은 생각을 하며 지글지글 익어가다. 나중에 보니 거의 30도 가까운 온도였다던데 긴팔 입고 가선 잘도 살아 돌아왔구나 하며 식은땀을 흘렸다.
그리곤 경기 시작.
실은 올 들어서 가장 즐겁게 봤던 야구 만화 중에 「크게 휘두르며」라는 게 있는데 이걸 보다보니 새삼 동대문 야구장 다시 가보고 싶어!라는 심정이 들었던 게 사실. 우리 대였던가 우리 다음 대였던가에 조규수란 스타급 투수(요즘은 몹시도 잠잠하던데)가 나와줬던 것처럼 이번엔 한화 유승안 감독의 아들(유원상)이 제법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길래 이거 재밌겠구만 싶어 마침 상경일정에 끼워맞춰 야구장을 찾은 거다. 그놈의 일정 덕택에 끝까지 볼 수는 없었지만…. 새삼 작품을 봤던 기분을 떠올리며 보고 있노라니 둥글게 둥글게- 모여서 파이팅! 허이짜! (…) 외치는 모습들도 새롭게 느껴진다. 와하 그래 지금 내가 야구장에 와 있구나! 하는 기분이랄까.
자. 여기까진 좋았는데.
문제는…. 2회까지 잘 던지던 북일고 투수가 갑자기 3회들어서 데드볼을 두 번이나 내주더니만 냅다 얻어맞기 시작했다는 데 있다. 3회에 2점, 4회에 2점. 타자들은 어땠느냐, 상위타선은 그래도 안타를 만들려고 뛰어다니긴 했는데 하위 타선쪽에선 아예 내밀지도 못하고 끝나질 않나 왜 이리 패기가 없어어어억! 투수는 4회에 강판되어 교체됐지만 마찬가지 상황. 반면에 동성고 쪽의 투수는… 역시 괴물 신인이라 평가받는 한기주. (털썩) 젠장, 포수 미트에 냅다 박히는 소리가 멀리서도 파악 파악 멋지더만 정말(…). '적이지만 칭찬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동성고도 좀 짜증이 나는 플레이를 하긴 했다.
점수를 내려면 당연한 전략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떻게든 만루를 채우려고 했던 건지 몇 타자 연속으로 계속 번트를 시키는거야. 물론 그러다 칠 때엔 치더라지만… 순간 짜증이 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좀 시원하게 못할까?! 하지만 이번의 천안북일은 어째 그걸 깨고 나갈 힘이 없어보였다. 끌려다니다 4회말에 가까스로 1점을 만회했지만… 저 정도로 루를 채워넣고도 점수를 내지 못한 건 기백의 문제였을까. 아깝다 정말.
일정 때문에 7회부터는 못 보고 돌아나왔지만 나중에 스코어보드를 살펴보니 딱 내가 본 이후로는 양쪽 다 한 발자국도 진척 못 시키고 끝난 모양이다. 동성고는 투수에 의지한 모양새고 천안북일고는 공수 양쪽에 힘이 없었던 모양새. 에휴. 아깝다 정말.
# by | 2005/05/02 05:24 | 세상 바라보기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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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니까 회지 재고 판매 예정이신 듯하던데 예약/통판 시스템도 한 번 이용해주시길. (털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