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3월 01일
예산 기행 : 간판들.
여행이라고까지 이야기하면 뭐하고, 여하간 대천 외갓집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유치원과 국민학교 시절을 보냈던 예산에서 내렸다. 서너시간을 걸어 변두리에서 읍내까지 횡단을 하며 여기저기 사진을 찍었는데, 아무래도 예산을 떠난 지도 세월이 14년인가 지난 판이어서 없어진 곳도 많고 여전한 곳도 있고. 특히 잘 갔던 경양식 집이 사라진 건 매우 안타깝다.
아래는 그 중 '간판들'. 순서는 선후 관계 없이 뒤죽박죽.
살던 곳들을 한 번 되짚어 훑어보는 경험은 나름대로 얻는 것도 많은 듯하다. 딱히 설명하긴 어렵긴 하지만서도.

멋진 작명 감각. 왠지 먹으면 돈 벌 수 있을 것 같잖은가?

어린 시절에는 컴퓨터 혹은 콤퓨타라는 말이 붙으면 최신, 최첨단이라는 기분이 났던 탓인지 여기저기에 많이 붙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이 세탁소. 요즘은 사라져가는 느낌인데 약간 낡은 듯하면서도 옛스런 재미를 느끼게 해 주는 간판이라 찰칵. 한데 그 오른쪽에 붙은 '카와이'라는 히라가나는, 아래에 어떻게 읽는지조차 한글로 적어두질 않았다. 저 간판을 읽으려면 모두가 일본어를 배워야 한다는 이야기인가. 옆의 '컴퓨터세탁'과 대비되어 세월의 흐름이랄까, 뭔가 뒤틀린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복심상회. '회'는 애저녁에 떨어졌지만 그야말로 옛날 구멍가게의 느낌 그대로. 하지만 이곳은 아래에 있는 입간판에서 보이듯 식당에 가깝고 정작 주인 아주머니는 옆으로 조금 가야 있는 곳에서 이런저런 간단한 식료품을 사가시는 모양. 바로 아래의 사진.

분명 여기도 무슨무슨 상회라는 이름이 있었으나… 지금은 떨어져 나가고 없다. 그래도 장사는 한다. 이곳이야말로 내부까지 옛날 구멍가게 그대로. 구공탄을 사 가던 그 때 기억이 새롭다.

별다른 간판 없이 유리창에 붙여놓은 '이발'과 뱅글뱅글 돌아가는 이발소 표시.
들어가면 흰 까-운(예이)을 입고 바리깡을 든 아저씨가 능숙하게 뒷머리를 밀어줄 것 같다.
"어이쿠 손이 미끄러졌네"
"……" (빠직)

어딜 가나 있는 철학원. 간판도 없지만 저 선명한 卍 표시 하나로 충분하다.
그러나 여긴 학교 근처 골목 끄트머리에 매우 음침한 느낌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게 주지할 점.

요즘은 그냥 영화 포스터를 대형 걸개그림으로 출력해 쓰는 곳이 늘고 있는 터라, 직접 그린 영화 간판은 많이 사라져가고 있고 가끔 예의 「해리포터」와 같이 애들을 괴중년으로 만드는 경탄스런 감각이 입방아에 오르기도 하지만. 그래도 직접 그린 영화 간판이 남아 있다는 게 무척 반가웠다. 마침 「말아톤」과 「그 때 그 사람들」이 상영중. 새로 생긴 모양인 자동차 극장에선 「B형 남자친구」가 하는 모양이었지만 그쪽 간판은 확인 불가능. 그러나 아마 출력물이겠지.
천안에도 직접 그린 간판을 걸고 상영하는 영화관이 하나 남아 있긴 했지만, 그 극장은 성인 전용 동시 상영관이다. 역 근처에서 조금만 가면 헐벗은 아낙들의 자태를 감상할 수 있다. (…)

문학21. 간판 세워놓은 것도 그렇고 상당히 깔끔한 느낌의 찻집.

예산의 맛집을 꼽으라면 덕산의 고덕갈비와 함께 빠지지 않는 갈비집이 바로 이 삼우갈비.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이곳은 주문하면 손님이 굽는 게 아니라 부엌 쪽에 있는 대형 석쇠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구워 내놓는 깔끔한 갈비맛이 일품이다. 예산을 여행할 일이 있으면 딴산 저수지의 장어요리, 덕산의 고덕갈비와 함께 이쪽에도 들러보실 것. 단, 갈비는 역시 연탄불에 지글지글 직접 구워 먹어야 제맛이지! 하는 분들은 반드시 고덕 쪽으로 가실 걸 권한다. 옷 한 번 빨 각오를 하시고.

옛스런 대문도 좋지만 왼편엔 이런 간판도 함께.

단지 쇠갈비가 1인분에 27000원이라는 고가이기 때문에 가난한 입장에선 7천원짜리 갈비탕으로. 그러나 여타 갈비집의 갈비탕과는 국물맛이 다르다. 정말 맛있음.
앞서도 말했지만 여긴 직접 구워먹지도 않고, 내놓는 속도도 빠를 뿐더러 내놓을 때도 이렇게 깔끔을 떤다. 푸지게 먹고 싶으면 여기보단 고덕 쪽을 권한다. 다시 한 번.

내 어린시절을 보낸 예산 중앙 국민학교(심지어 지금까지 교가를 외우고 있다… 원 세상에) 정문 옆에 있는 문구점. 매우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생존중. …. 그러나 초등학교 정문 앞의 문구점에서 무려 담배를 판다는 건 뭔가 어불성설 아닌감! (……)

월요일 정오 직전의 도로와 가게들은 매우 한산. 왼편에 '임대' 걸개가 내걸린 곳에는 옛날에 시노비나 스트리트 파이터 1 등으로 판당 50원의 청춘을 뜨겁게 불살랐던 오락실이 있었다. 여기서 놀다가 학원에 늦어 혼난 게 한 두 번이 아니었으니 난 어려서부터 꽤 삐딱선을 탔었던 모양.
그리고 이건 덤.

월담은 학생의 로망! (…) 싹이 보이는구나 아해들아.
그러나 거긴 초등학교도 아니고 고등학교 건물 담벼락인데 어이하여 거기로 들어가려 하는고.
아래는 그 중 '간판들'. 순서는 선후 관계 없이 뒤죽박죽.
살던 곳들을 한 번 되짚어 훑어보는 경험은 나름대로 얻는 것도 많은 듯하다. 딱히 설명하긴 어렵긴 하지만서도.

멋진 작명 감각. 왠지 먹으면 돈 벌 수 있을 것 같잖은가?

어린 시절에는 컴퓨터 혹은 콤퓨타라는 말이 붙으면 최신, 최첨단이라는 기분이 났던 탓인지 여기저기에 많이 붙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이 세탁소. 요즘은 사라져가는 느낌인데 약간 낡은 듯하면서도 옛스런 재미를 느끼게 해 주는 간판이라 찰칵. 한데 그 오른쪽에 붙은 '카와이'라는 히라가나는, 아래에 어떻게 읽는지조차 한글로 적어두질 않았다. 저 간판을 읽으려면 모두가 일본어를 배워야 한다는 이야기인가. 옆의 '컴퓨터세탁'과 대비되어 세월의 흐름이랄까, 뭔가 뒤틀린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복심상회. '회'는 애저녁에 떨어졌지만 그야말로 옛날 구멍가게의 느낌 그대로. 하지만 이곳은 아래에 있는 입간판에서 보이듯 식당에 가깝고 정작 주인 아주머니는 옆으로 조금 가야 있는 곳에서 이런저런 간단한 식료품을 사가시는 모양. 바로 아래의 사진.

분명 여기도 무슨무슨 상회라는 이름이 있었으나… 지금은 떨어져 나가고 없다. 그래도 장사는 한다. 이곳이야말로 내부까지 옛날 구멍가게 그대로. 구공탄을 사 가던 그 때 기억이 새롭다.

별다른 간판 없이 유리창에 붙여놓은 '이발'과 뱅글뱅글 돌아가는 이발소 표시.
들어가면 흰 까-운(예이)을 입고 바리깡을 든 아저씨가 능숙하게 뒷머리를 밀어줄 것 같다.
"어이쿠 손이 미끄러졌네"
"……" (빠직)

어딜 가나 있는 철학원. 간판도 없지만 저 선명한 卍 표시 하나로 충분하다.
그러나 여긴 학교 근처 골목 끄트머리에 매우 음침한 느낌으로 자리하고 있다는 게 주지할 점.

요즘은 그냥 영화 포스터를 대형 걸개그림으로 출력해 쓰는 곳이 늘고 있는 터라, 직접 그린 영화 간판은 많이 사라져가고 있고 가끔 예의 「해리포터」와 같이 애들을 괴중년으로 만드는 경탄스런 감각이 입방아에 오르기도 하지만. 그래도 직접 그린 영화 간판이 남아 있다는 게 무척 반가웠다. 마침 「말아톤」과 「그 때 그 사람들」이 상영중. 새로 생긴 모양인 자동차 극장에선 「B형 남자친구」가 하는 모양이었지만 그쪽 간판은 확인 불가능. 그러나 아마 출력물이겠지.
천안에도 직접 그린 간판을 걸고 상영하는 영화관이 하나 남아 있긴 했지만, 그 극장은 성인 전용 동시 상영관이다. 역 근처에서 조금만 가면 헐벗은 아낙들의 자태를 감상할 수 있다. (…)

문학21. 간판 세워놓은 것도 그렇고 상당히 깔끔한 느낌의 찻집.

예산의 맛집을 꼽으라면 덕산의 고덕갈비와 함께 빠지지 않는 갈비집이 바로 이 삼우갈비.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이곳은 주문하면 손님이 굽는 게 아니라 부엌 쪽에 있는 대형 석쇠에서 눈 깜짝할 사이에 구워 내놓는 깔끔한 갈비맛이 일품이다. 예산을 여행할 일이 있으면 딴산 저수지의 장어요리, 덕산의 고덕갈비와 함께 이쪽에도 들러보실 것. 단, 갈비는 역시 연탄불에 지글지글 직접 구워 먹어야 제맛이지! 하는 분들은 반드시 고덕 쪽으로 가실 걸 권한다. 옷 한 번 빨 각오를 하시고.

옛스런 대문도 좋지만 왼편엔 이런 간판도 함께.

단지 쇠갈비가 1인분에 27000원이라는 고가이기 때문에 가난한 입장에선 7천원짜리 갈비탕으로. 그러나 여타 갈비집의 갈비탕과는 국물맛이 다르다. 정말 맛있음.
앞서도 말했지만 여긴 직접 구워먹지도 않고, 내놓는 속도도 빠를 뿐더러 내놓을 때도 이렇게 깔끔을 떤다. 푸지게 먹고 싶으면 여기보단 고덕 쪽을 권한다. 다시 한 번.

내 어린시절을 보낸 예산 중앙 국민학교(심지어 지금까지 교가를 외우고 있다… 원 세상에) 정문 옆에 있는 문구점. 매우 오래됐음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생존중. …. 그러나 초등학교 정문 앞의 문구점에서 무려 담배를 판다는 건 뭔가 어불성설 아닌감! (……)

월요일 정오 직전의 도로와 가게들은 매우 한산. 왼편에 '임대' 걸개가 내걸린 곳에는 옛날에 시노비나 스트리트 파이터 1 등으로 판당 50원의 청춘을 뜨겁게 불살랐던 오락실이 있었다. 여기서 놀다가 학원에 늦어 혼난 게 한 두 번이 아니었으니 난 어려서부터 꽤 삐딱선을 탔었던 모양.
그리고 이건 덤.

월담은 학생의 로망! (…) 싹이 보이는구나 아해들아.
그러나 거긴 초등학교도 아니고 고등학교 건물 담벼락인데 어이하여 거기로 들어가려 하는고.
# by | 2005/03/01 14:17 | 삶의 흔적들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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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시골 할머니댁에 한번 내려갔다 와야하긴 할텐데 말이죠. 끄응...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