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친다.

독만상에는 이번까지만 참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싫어서 그런 게 아니다. 당연히, 이번 행사 하는 데까지는 모두 맡은 만큼 끝을 내 놓겠지만….

정신 쪽으로 오는 피로가 갈수록 심해진다.


현재 내가 맡고 있는 부분을 해 줄 사람이 없기 때문에(모집할 때도 결국 안 왔고) 혼자 하고는 있지만, 행여나 나는 내가 '나 없으면 이 행사는 안 되지'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이력서에 한 줄 넣기 위해 참여하는 것도 아니고. 단지 내가 아직까지 붙들고 있는 모든 일이 그렇듯 필요하다 여기기에 하자는 말이 왔을 때 함께 했던 것. 여기까지는 한 치의 부끄러움도 거짓도 없다. 단지- 하면서 몸과 머리에 걸리는 부하를, 이제 어느 정도는 견딜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건 순전히 내 오만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가끔 답답함에 몸서리를 치는 이유를 나는 너무 잘 안다.
외부 요인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그걸 웃어 넘길 수 있을 만큼 내가 원하는 수준에 내 스스로가 올라 있지 못한 탓. 결국 늘 제일 화가 나는 건 아직도 고작 그 수준인 나 자신.

독만상이 당신에게 뭐냐 물었을 때 나는 동굴이라 말했다.
폐관수련이라는 의미에서 한 대답이었지만, 벌써 세 번째 동굴 입구를 막고 내공증진을 다지면서도 아직도 원하는 수준엔 이르질 못하고 있다. 사람을 대하는 것, 프로그래밍, 만화에 대한 생각들 그 어느 것에도.

그러지 않고서야 이리도 마음에 여유가 없을 수 있을까.
그러지 않고서야 이리도 한 마디, 한 사람, 한 글귀에 피곤해할까.
누가 날 힘들게 한다-고 이야기를 할 것도 없는 건,
결국 그걸 대하면서도 의연할 정도도 못 되는 나 자신의 문제인 것을.

방문에 키 큰 만큼 흔적을 내지 않은 지는 너무도 오래 되었지만
내 키는 사실 아직 태어났을 때만큼을 전혀 벗어나지 못한 건 아닐까.
태어나면서부터 이미 모든 면에 미숙아였던 내 자신에게는 남들만큼의 보폭으로는 따라잡기조차 버거운 걸, 나도 잘 알고 있는데. 가끔은 뛰긴 커녕 기기조차 버겁다.

얼굴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울고 싶은 요즘 같은 때엔.
수련 방법을 좀 달리 해야 하는 거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고 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못난 투정을 한 번 더 부려보자면.
만족 못하는 사람 중에 나 정도는 그냥 툭 밀어내고 멋지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바랄 나위가 없겠다. 나도 그 절륜한 테크닉을 좀 배울 수 있으면 좋겠다. 농담 아니라 정말로. 나 정도는 지금 당장 죽어버려도 별 문제 안 되는 게 세상이란 걸 좀 보여줘. 나와달라고. 그래야 나도 앞서 달리는 사람의 등을 보며 숨 좀 고르고 다시 뛸 수 있을 것 같으니까.

by 서찬휘 | 2004/12/28 23:44 | 삶의 흔적들 | 트랙백 | 덧글(0)

트랙백 주소 : http://seochnh.egloos.com/tb/853633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