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거 가르친다.

[독자만화대상 2004] 준비를 위해 서울에 갔다 돌아온 저녁.
비내리는 밤, 택시 승강장에는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조금 기다려서 제법 앞쪽에 다다랐을 때, 한 아주머니가 승강장을 통해서가 아니라 택시들이 나가는 쪽 도로를 통해 부산히 뛰어들어왔다. 아이를 데리고….

"엄마, 사람들 저렇게 서 있잖아"
"괜찮아, 빨리 이리로 와"

아이는 사람들 있는데 줄 서야 하지 않느냐는 이야기였고, 어머니 되는 사람은 명백하게 '타고 가면 그만이지 뭘 성화냐'라는 눈치로 귀찮다는 듯 아이의 말을 묵살했다. 비오는 상황이니 누구나 줄 서서 기다리는 게 힘든 건 마찬가지이고 막차에 가까운 시간이었으니 얼른 탔으면 싶은 것 또한 마찬가지. 그러나 명색이 애 엄마란 사람이 사람들 눈초리가 있는데 애를 잡아 끌며 '괜찮아'라고 하는 꼴이 좋아보일리가 없었다.

결국 참다 못한 뒷자리 청년이 일갈.
"아줌마, 줄서요!"

…….
조금만 더 택시쪽으로 갔으면 나라도 소리 질렀을 판이었지만. 저 욕심 많아 보이는 아줌마가 만약 성질이라도 부렸으면 어째야 하나까지 생각하던 나로서는 청년의 용기가 가상하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 전에… 아줌씨, 정말 애한테 좋은 거 가르치우. 설마하니 그딴 행동 보여주는 주제에 공부 잘하라고 밤 늦게까지 학원이다 과외다 내몰진 않겠지? 애 참 잘 크겠수다. 빌어먹을.


참고로 그 아줌마, 민망해하며 늘어선 줄 뒷자리로 총총 뛰어갔다.
어른이라면 제 자식년놈 앞에 두고 할 짓인지부터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라고. 괜히 엉뚱한 쪽에 화살돌리면서 자위하며 신음하지 말고.

by 서찬휘 | 2004/09/06 00:58 | 삶의 흔적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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