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진리를 말하고 싶나?

그건, 이론만으론 아무 것도 해결 안 된다라는 거다.

…그리고 그런 세상 속에서 가장 한심한 부류는,
남보고 남 탓하지 말라고 비아냥대는 주제에 정작 자신은 그 남 탓을 신나게 하면서, 그것이 세상의 진리라며 이론을 들이대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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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판의 자칭 독자란 것들 중에서 이 함정에 빠진 사람부터 끄집어내 어디론가 쳐 넣지 않는 한 온전한 담론 형성은 고사하고 만화판에서 즐거운 작품 보기란 요원할 뿐이다.

한나라당이나 조중동 이야기만 듣고 있노라면 정말 이 나라가 사람 살 곳 아닌 것처럼 느껴지지. 재담꾼들, 가슴에 손을 얹고 반성해봐라. 당신들이 한나라당이나 조중동하고 똑같은 짓을 저지르고 있진 않은지.

돌아다니다 보면, 정말 내가 진심으로 즐겁게 웃고 울었던 작품마저 개쓰레기 취급을 당해 쓰레기통에 쳐박히고, 그걸 그린 작가는 윤간당해 골목길에 내버려지는 꼴을 눈앞에서 목격하는 기분마저 든다. 입이란 게 그렇게 무서운 법이지. 그래도 별 죄책감은 안 느끼겠지? 논리 정연에 이론까지 들여서 '비판'한 거니까? 그리고 그게 현실이고 법칙이니까? 야아, 제발 부탁이다. 어지간히 좀 해둬라.

오류 하나 저질러볼까.
나, 너희들이 곧잘 말하듯 의무감으로 만화를 보는 건 아니거든?
내 딴에는 꽤 진지하고 또 언제나 진심이거든?
너희가 나와 똑같이 작품들에 감동하고 좋아하라고 말하고픈 생각이야 없어. 사람마다 다 다르니까. 하지만, 최소한 취향차로 싫다 정도면 모를까, 제대로 조목조목 비판해서 납득이 가게 할 게 아니라면 이건 못그렸네 이건 저질이네 작가가 독자 탓만 하고 앉았네 따위 소리로 비아냥은 대지 마라. 기준 제시도 못할 거면 제발 좀 찌그러져있으라고. 그것들을 쳐다보고 있는 나는, 그럼 그런 것들을 전혀 모르고 있는 바보라서 돈 주고 사서 보고 있는 건가?

오류라고 말했다.
당신들이 저지르고 있는 그 오류와 비스무레하게 저질러봤어. 이상하지?
알았으면 제발 그 입 좀 다물지그래. 보고 있노라면 정말 비관도 이런 비관이 없으니까. 만화판 어렵다고 징징대지 말라고 하는 그 비아냥보다 당신들 글 보고 있는게 더 비관에 가까운 감정이 되는 건 왜인지 좀 생각해보지 그래.

당신들이 바라보는 면에서의 현실이 진실이라면, 반대편에서 분명하게 드러나는 현상 또한 엄연한 현실이자 진실이다. 이걸 인정할 수 없다면 쌍방향 소통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남 탓 할것도 못 된다. 그냥 놔 둬. 당신들이 그런 비판 안 해줘도 당신들 보기에 우민에 지나지 않는 인간들은 지금도 딴에는 현명해지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그러니 좀, 작가를 죽여야 한다느니 작품이 개같느니 하는 소리일랑은 하지 좀 마라.
그 말 그대로 당신 면상에 쳐넣어주면 무슨 표정을 지을까를 생각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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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문화가 어려운 현실은 하루 이틀이 아니고, 경기문제도 있거니와 저작권 인식 등의 희박이 누리그물의 보편화를 타고 한층 심해진 탓도 있다. 이것은 비단 만화 뿐만은 아니기 때문에, 만화만의 불황이라고 아둥바둥대는 건 사실 무리가 있다. 만화판이 어렵지만, 사실은 대중문화, 문화콘텐츠 자체가 장사가 안 되고 있는 것이다. 영화는 잘 나가잖느냐고? 극소수의 대작 몇 개 뿐이다.

사실상 자본주의 이론이니 시장 원리니 하는 차원에서 접근하여 이 난관을 뚫어야 한다는 주장은, 이론에 충실해서 좋긴 한데 현 상황에선 명백하게 개소리다. mp3'만' 돌려듣는 애들이 "노래를 잘 만들면 누가 안 사줘?"라고 하는 거 온당하게 들린다면 당신 지식을 의심해 봐야지. '사는 사람은 있다'라는 '사실'은 있을 지언정, 누가 그 말을 짖었느냐에 따라 '현실'은 비틀리고 만다.

애초에 우리 만화에 볼 거 '없다', 요즘 작가들 수준 다 개판이다, 동인작가만 있다 하는 수준에서 놀고 있다면 저 mp3'만' 돌려듣는 아이의 항변과 다를 게 없는 거다. '좋으면 산다'는 말 자체가 틀린 건 아니지만 말이다. 그 점이 참 웃기지. 말은 틀리지 않는데, 그게 개그가 되고 마는 것 또한 명백하니까.

그게 현실이다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다.
좀 엉뚱하게 쓰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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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유가 없는 사회일수록 즐길 거리에 대한 인식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만화나 만화영화나 음악이나 영화나, '즐긴 수'보다 갈수록 '구워서 쟁여놓고 본 갯수'가 중요시되는 건 그 여파다. 이들에게 중요한 건 작품을 얼마나 보고 그에 대해 얼마나 떠들 수 있느냐지 작품을 '감상'했느냐는 둘째 문제가 된다.

이상론일지는 모르겠으나, 난 대중문화 시장이 회복되는 전제조건은 시장부양책과 같은 정책도 정책이지만 가장 먼저 사람들이 여유를 찾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이상론이라 말했으니 비틀어보지 말라고.

경기가 어렵다고, 사회가 각박하다고 여유를 갖지 못하는 건 어찌보면 자기 기만이다.
때문에 독자, 감상자의 태도를 강조하는 건 이럴 때일수록 중요한 거다. 이론에서는 이를 절대 돌아보지 않는다. 시장을 만드는 건 오롯이 작가와 작품이 힘 뿐이라고 설명해야 하니까. 그러나 역사가 말하듯 불황은 늘 복합요인에 기인하는 문제다. 현재의 불황이 범사회적인 심리 공황에 요인이 있다면, 최소한 시장 자체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그에 접근하는 태도에 대한 이야기가 병행될 필요도 있는 것이다. 이를 간과해선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다.

물론 여유를 갖자!라고 말한다고 여유 가져야지 가져야지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그래서야 웰빙 열풍이랍시고 떠들고 있는, 곧 지나갈(벌써 거의 꺼져가는) 유행과 다를 바가 없겠지. 잘 살자고 해서 잘 살 수 있는 문제가 아니듯 여유란 게 쉽게 가질 수 있는 건 아니다. 단, 반대로 생각해서 스스로 여유 없다고 각박해지진 말아야 한다는 거다.

소비자 입장에서 돈 아끼는 건 자연스러운 거다? 물론 그 말은 맞다.
그러나 (금전의) 여유가 없어 → 그러니 보고 싶은 게 있으면 빌려서(혹은 스캔떠서, 동영상 떠서) 봐야지- 하는 것까지 정당화되진 않는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 → 그렇다고 서점이나 음반점, 공연장 한 번 안 가면 대체 어디서 즐길 거리를 얻을 수 있지?

최소한 관심이 있다면, 관심 있는 쪽엔 여유를 낼 줄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 거다. 금전이든 시간이든. 음악을 좋아한다면 콘서트 장에도 갈 줄 알아야 하는거고, 만화영화를 좋아한다면 DVD를 사서 볼 줄도 알아야 하는 거고, 미술을 좋아한다면 미술관에도 가 볼 줄 알아야 한다. 만화를 좋아한다면 끙끙댈 거 없이 서점에 가 보면 된다. 지금 우리의 문제는 좋은 작품이 없어서 그런게 아니라 서점에 가기까지의 과정 자체가 사람들의 마음에서 말살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유가 없어서라는 핑계로. 여기에 좋은 만화 강박증까지 말 잘하는 못난이들에게 교육받게 된다면 더할나위 없는 핑계거리가 되지.

그리 살면서 즐겁냐고. 그러지 말자.
반드시 만화만 그래야 한다곤 하지 않는다. 그럴 필요도 없고.
대신 좀 여유 갖고 살아. 문화에 관심이 아예 없다면 할 말 없는데,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 쪽에 여유를 할애할 줄도 아는 삶을 살고 봐라. 그럴 수도 없다면 당신은 남 탓 할것도 없이 매우 불행하고 불쌍한 사람이다. 그걸 남한테 돌리지 마. 컴플렉스에 지나지 않으니까.

말하자면 행복해지자!라는 거다.
문화란 건 어느 방면으로든 풍요로울 때 비로소 움튼다. 어떤 방향이 됐든간에.
(반드시 경제의 풍요만을 이야기하진 않는다.)

이런 요인 저런 요인으로 웅크리지 말고, 필요한 만큼은 스스로에게 여유를 넓히고 살자. 그러지 않으면 '시장 때문에'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으니까!

by 서찬휘 | 2004/06/18 05:07 | 만화/만화영화 | 트랙백 | 덧글(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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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GM파일럿 at 2004/06/18 09:33
좋은 만화 강박증, 여유... 저도 깊히 동감하는 말씀이었습니다.

말씀 잘 들었습니다...^^
Commented by 서찬휘 at 2004/06/18 23:54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sigycat at 2004/06/19 01:40
마음에 드는 만화도 아니고 "좋은 만화"? "좋은 소설 찾기 운동"이 벌어지면 이해갈 지도 모르겠습니다.(툴툴-)

마음에 드는 무엇이 없다고 징징대는 소리보다 더 무서운 얘기 같습니다.
Commented by gaya at 2004/06/19 12:36
참말 이상하죠. 책은 돈주고 사본다..란 말엔 이견 없으면서 막상 만화를 두고는 이말 저말 변명도 많으니 말입니다.
질이 좋건 나쁘건 고급이건 저질이건 값을 치르고 소유하는 것이 자본주의의 기본 원리 아닌가. 왜 만화가 그 원리에서 벗어나야 하는지 말입니다.
Commented by gaya at 2004/06/19 12:47
어느 블로그에서 보았던가. 러시아의 꽃파는 할머니 이야기였습니다. 지나가던 이가(한국사람) 왜 길에서 힘들게 꽃을 파시냐 물었더니 그 가난한 외양의 할머니께서 금주 발레 공연에 가고 싶어서라고 대답하셨다죠. 묘한 감동이...
문화란 것은 경제적으로 여유있다고 하여 절로 풍성해지는 건 아닌가 봅니다. 문화에 대한 마음의 자세부터 우선에 바로 잡는다면 삶이 각박한 중에도 얼마든지 여유롭게 누릴 수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Commented by 서찬휘 at 2004/06/20 02:33
sigicat님) 정말,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말 잘하는 사람들이 '좋은 만화 없어서'라며 이죽이는 꼴 보고 있노라면, 새삼 만화를 내가 왜 보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어 책장 바라보며 허허 웃을 수밖에 없게 되네요.
gaya님) 말씀마따나, 마음의 자세가 우선이라고 봅니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지만, 그걸 '자기 외'로 미루려고만 해선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는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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