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지가 불쌍하든 말든 바보는 따로들 있지.

일전에 디워 때 진중권이 심형래를 씹었던 본질적인 이유는 기실 그에게 팬을 가장한 것으로 보이는 세력이 내용 수준과는 관계도 없이 한 곳으로 몰려가는 듯한 현상 자체를 도무지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대중이 이런 식으로 이용당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고, 미학자 눈으로는 암만봐도 쓰레기 같으니 더했고. 그리고 이는 서태지 팬덤을 바라보는 딴에는 글 좀 쓴다 깝죽이는 평자들에게도 마찬가지다. 도무지 알맹이를 인정할 수 없는 놈이 이리 대단한 취급을 받으며 세상 화두를 다 쓸어가는 꼴을 도무지 용납할 수가 없는 거다. 그런데 이번엔 이효리한테까지 발리는 것처럼 보이니 좀 씹어줘도 되겠다 싶었는지 앨범도 안 나온 이 판에 불쌍하네 어쩌네들을 연발 중이다.

근데 말이지. 디워 때의 진중권은 제법 옳은 소리를 상당한 뻘짓에 버무려서 결과적으로 상오버질을 했다. 멋있긴 한데 기실 그게 오버질이지 그럼 뭐야. 뭔 정력낭비야 저게. 뭘 저렇게까지 해대나 싶었다. 마찬가지로 지금 서태지를 두고 하는 소리도 마찬가지로 상오버질이다. 제아무리 포장하려 해도 그 밑바닥에 깔고 들어가는 '인정할 수 없는 놈'을 향한 속내와 '뭘 해도 효과가 잘 안 보이는 현 상황'에 관한 고소함이 질척질척하게 스며나온다. 물론 애무도 그쯤하면 돌진할 마음이 생길 법도 하겠지만 문제는 들어가기도 전에 이미 쌌다는 거다. 조루지. 정작 상대가 되는 대다수 사람들은 들을 것도 안 나와서 홍콩 여행은 커녕 집 밖에 나오지도 않았다고. 게다가 대부분은 그딴 거 원치도 않았다. 그럼 뭐냐. 대중 강간?

사람은 옳은 소리를 할 때도 있고 뻘소리를 할 때도 있는 법이니 어떤 사람이 어떤 걸 이야기했대서 뭔 이야기를 한들 들을 가치도 없는 놈이다라고 하는 건 좀 우습지만 가끔은 이 평자의 역할에 충실한 양반들이 닥치고 가만히 있으면 좋겠다 싶을 때가 꽤 있다. 지금이 딱 그런 시점이다. 그리고 아래 글에도 썼지만 이효리한테도 발리는 게 문제가 아니라 뭐가 나와도 그날 저녁에 이명박이 지랄하면 그쪽에 몽땅 관심이 몰려서 뭘해도 백해무익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거든. 아마 지금 서태지 바보 쪼~다 불쌍해 에헤헤 하고 싶어하는 친구들도 그건 알 거다. 다만 씹을 수 있는 찬스니까 그러고 있을 뿐. 너네가 조중동이냐? 그리고 빠순이들 보기 싫다고 악악대는 사람들에게도 빠들은 많다. 더 웃긴 건, 그런 사람들 태반은 당사자들이 씹고 앉아 있는 그 현상을 일으켜 똑같이 씹히고 있다는 거. 정말 개그다.



뭔가를 '평'하긴 쉬우나 세상에 무언가를 남기긴 어렵다. 평을 업으로 삼으려 하든 이바구를 까는 걸 즐기는 사람이든 이거 하나만은 부디 명심하고 살자. 평이 아니라 씹는 수준도 안 되는 걸 문자 써서 지랄들 말고, 차라리 난 쟤 싫어염 하고 끝내든지. 난 그런 바보 같을만큼 솔직한 대중들 하나가 평자 100명보단 낫다고 본다.

참고로 서태지 음악에 관한 감상으로 치자면, 서태지와 아이들이 세계 최고에요 할 생각 따윈 없지만 그 사람들의 노래로 힘든 시기를 버텨냈다는 점 하나만으로도 그들에게 감사하고 있다. 다만 솔로 이후는 취향이 조금 어긋나는 듯하지만… 그러면 어때. 하고픈 게 그거라는데 어쩔거야. 평생 지켜봐줄 뮤지션 한 명 정도는 내 가슴에 키울 따름이고, 그런 연유로 그를 아직 바라보고 있는 팬층이 제법 될 거다. 최소한 서태지라는 이름은, 그냥 음악만으로 기억되는 그런 인물은 아니었다. 그것이 남이 만들어서 덧씌워줬든, 아니든. 다른 이야기로, 전태일이라고 이한열이라고 열사가 되고 싶어서 되어 역사 속에 이름을 남긴 건 아니거든? 그러나 그들이 지금을 이루는 데 어느 정도의 역할을 했기 때문에 본인이 어떻게 생각했듯 남들은 의미를 부여하는 거잖아. 가수가 그러면 안 되는 거야? 까짓거, 좀 의미 부풀려지면 어때. 그런 놈 한둘쯤 있는 게 세상에 그리 해악인가?

아, 그래. 음악실력. 그래 뭐 서태지보다 뛰어난 놈들 많아. 그럼 그네들 거 들으면 되지 뭐. 세상에 실력 끝내주지만 평가를 좀 덜 받는 게 한둘인가. 아쉽지. 근데 그렇다고 올라가 있는 놈 끌어내려야 한다고만 생각할 순 없는 거잖아. 그렇다고 여러분들 주장하는 게 기회불균형이니 하는 차원의 문제도 아니잖아? 까짓거 멋진 뮤지션들 듣자고. 서태지빠들은 곧죽어도 서태지가 최고라 한다고? 그건 어느동네 빠들이나 마찬가지고 너네빠도 똑같이 지랄들 하고 있으니까 굳이 일반화하지 마. 썅.

by 서찬휘 | 2008/07/28 07:26 | 세상 바라보기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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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안녕 at 2008/07/28 13:43
공감합니다. 서태지가 불쌍하든 말든..그게 무슨 대수라고요..
문제는 바보들이지요 언제나,어디서나..
세상이 피곤한건, 바보들이- 지들이 바보인지도 모르고- 바보짓을 부지런히 하기때문 아닐까요.ㅎㅎ
Commented by ㅎㅅㅎ at 2008/07/28 14:21
강력히 동의해요..나도 평생지켜볼거임
Commented by 烏有 at 2008/07/28 17:23
그러게요. 보기싫으면 안보면 그만인데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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