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 여성을 대하는 게 힘들 때

오랜만에 한 누나가 전화를 걸어왔다. 옆집 떡방앗간 이야기 같은 걸로 수다를 좀 떨다가 어느덧 화제에 오른 건 '연상 여성을 대할 때 가끔 힘들다 느끼는 점'.

"어떤 점이?"
"가끔 보면 날 손바닥 위에 놓았다고 여기는 게 보여. 너 정도 나이 남자애가 지금 뭔 생각하는지 정도는 다 알고 있다는 듯. 은연 중에 그런 반응을 보일 때면 상당히 지치거든."

비단 연애 대상으로서가 아니라도 마찬가지 이야기-라는 것. 사실 남자가 저런 식으로 나오면, 존경할 만한 선배면 새겨 들으면 되고 꼴 같잖게 자기 앞가림도 못하는 사람이 그런다면 속으로 너나 잘 하세요 하고 비웃으면 그만이지만 이상하게 여성들에게는 그런 생각보단 '지친다'란 느낌이 들고 마는 거다.

조용히 듣던 누나가 갑자기 조용히 묻는다.

"혹시 나한테도 그런 생각이 드니?"

작은 목소리로 묻는 말에 나는 못 들은 척 냅다 화제를 다른 쪽으로 몰아나갔다. 나이차가 제법 나는 사람이기에 정도는 덜하지만, 그런 기분을 아주 안 느낀 적은 없었기에.


물론- 그렇다. 나이가 어린 사람이 하는 고민 따위, 귀여워 보일 만큼 뻔해 보이는 건 자기가 이미 그 나이를 벗어났기 때문이겠지. 학교란 테두리도 벗어난 지 오래인 사람이 연하, 그것도 이성(남녀관계의 이성이 아니라 말 그대로 다른 성별)이 하는 이야기 정도는 그냥 '난 다 알아' 정도일 수 있다. 당연하다면 당연한 거지만…… 그게 가끔은 자제심을 삐걱거리게 만들 때가 종종 있다. 꼴에 수컷의 못난 자존심이란 걸까?



참 웃긴 게, 남녀관계를 떠나서 난 유약한 사람이 싫다. 남자도 싫지만 여자가 유약하면 더 싫다. 근데 저런 건 자기가 연령에서든 경험에서든 우위에 있을 때에 나올 수 있는 경우들. 유약한 게 싫다면서 내게 너무 강하게 굴면 그게 또 힘들다니. 이런 이율배반이 또 어딨지? 아, 사람 심리는 정말 어렵다. 내 마음부터가 어렵다.

by 서찬휘 | 2008/06/11 09:55 | 삶의 흔적들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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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8/06/11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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