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05월 13일
일본 여행기 - 4월 21일 (1) 유니버셜스튜디오재팬(USJ)

파란만장하고 강제로 건전경건순결해야 했던 첫날밤이 지나고 드디어 전체 일정 중 셋째 날, 일본에서의 둘째 날이 밝았습니다.
이날 일정은 유니버셜스튜디오재팬(이하 USJ)에 가서 놀고, 그 이후 시간은 자유시간으로 쓰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여기서 일행이 둘로 나뉘게 되었는데, USJ는 놀이공원이라 별 볼 거 없다면서 그냥 바로 시내를 돌아다니자는 파와 그래도 기왕 온 거 한 번 돌아는 봐야지 파. 전자는 일찌감치 전진석 작가님의 인솔로 오덕쇼핑을 하러 떠났고 USJ파는 가이드 언니들의 인솔로 함께 뭉쳐서 이동했습니다. 여담이지만 호텔밥은 훌륭하진 않았지만 먹을 만은 한 수준. 유니폼 입은 종업원 언니는 예쁘더군요.
그리하여 일단 호텔 바로 옆에 있는 니혼바시 역으로 가서, 미리 낸 돈으로 가이드 언니가 끊어준 표로 지하철 탑승. USJ 도착까지 경비는 390엔.

아이 님께서 알려주신 바로는 맥주가 아니라 스트레스랑 우울증 해소에 도움이 되는
gava 성분이 든 초콜렛 광고라고 하네요.
저런 모양새라 맥주인줄만 알았는데 원본 사진을 자세히 보니
‘멘탈밸런스 초콜렛 갸바(가바도 아니군요) [밀크]’라고 적혀 있습니다.
제조사는 glico. 아이 님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꽥.
큰 문구랑 모양새만 봤더니만.

다만 끝으로 가면 운전석을 볼 수 있어서 야외로 가면 철로를 구경할 수 있다는 거 정도?
니혼바시에서 센니치마에센을 타고 다섯 정거장을 가면 타마가와. 일단 여기서 사철로 갈아 타야 합니다. 일본 전철은 회사가 다르면 돈도 따로 내야 하고, 환승이랄 것도 없이 다른 역으로 가서 타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번이 딱 그런데 센니치마에센의 타마가와 역에서 내려서 조금 더 걸어 노다 역으로 가야 합니다.


여기서 JR유메사키센을 타고 갑니다. 이게 또 재밌는 게, 바로 유메사키센을 타고 가는 게 아니라 역 하나 거리인 니시쿠조 역에서 꺾어져야 한다는 거죠. 마치 원형으로 오오사카를 도는 JR오오사카칸죠우센(오오사카 환상선 또는 순환선)에서 뚝하니 꺾여 나와서 USJ까지 가는 모양새더라고요. 마치 신도림에서 까치산 방향 가듯이. 다행히 우리는 한 역 가서 또 내렸다가 다음 거 탈 필요 없이 바로 USJ로 가는 열차를 탈 수 있었습니다. 아, 뭐가 이리 귀찮은 구조인지. 새삼 우리나라 전철이 그리워집니다.
게다가 JR이 붙는데도 사철 영역이라고 나와 있어서 의아해했더니만, 가이드 누님이 JR도 민영화됐다고 말씀해주시더군요. 아항. 그래서…… 명박아. 봤지? 민영화가 답은 아니란다.


우리들은 씩씩한 청강만창과 / 피잉크로 마감하는 스파르타인

얌전하기만 하던 USJ에 롤러코스터가 새로 생겼답니다. 흐흠.

이런, 이종규 작가님 얼굴이 미묘한 위치에 걸렸군요. 죄송.





일단 입장하고 나면 티켓도 필요가 없다고 하는군요.
에버랜드와 비교해 보면 꽤 단촐한 인상을 줍니다.
일단 학생들과 동행한 건 여기까지. 저는 이종규 작가님과 함께 돌아다니기로 했습니다. 저나 작가님이나 뭐 타는 거에는 거의 관심이 없고 단지 온 김에 돌아나 보고 가자는 기분이었거든요. 한 정도 정도까지 있다가 돌아가서 자유 시간을 보내자는 계획이었죠. 그리고 보니 전 에버랜드 같은 델 가도 자유이용권이 아까울 지경으로 거의 타는 게 없습니다. 다만 그런 분위기를 보고 다니는 건 또 좋아해요.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니지만 USJ는 테마 파크로서는 한 번 즐겨볼 만한 구석이 많았습니다.

자. 여기부터는 사진이 장난 아니게 많으니까 가려놓을게요.








저 탈 쓰고 저렇게 춤 추기도 쉽지 않을 텐데 참 경탄스럽더군요.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이라던데, 그리도 한산해 보이더만
타려면 40분을 넘게 기다리란 표시판이 서 있길래 경악했습니다. 원 세상에.
그래서 그 옆에 있는 매장에나 들렀습니다.
역동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는 스파이더맨. 근육 좀 봐.










저게 관객들한테 죽자고 물 뿌려댄다던 「워터월드」인가 싶었는데.













이거 뭐 대부분이 4~50분씩입니다. 꽥.

USJ가 참 대단하단 기분인 게, 어딜 돌아다니고 있든 간에 동선에 따라서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쇼를 하나쯤은 만납니다. 사진 속 저 자리에 오기 전에 우리가 「오픈 세서미」를 보고 왔지만 저만치쯤에선 무려 「블루스 브라더즈」가 그 익숙한 Peter Guun's Theme 곡에 맞춰서 둥기당둥기당 하고 있었어요. 그리고 여기도 힙합 하이스쿨이란 게 시작하고 있군요. 지루할 틈을 안 줍니다 아주.

























근데 춤 솜씨만 두고 이야기하자면, 그간 우리나라 B-BOY들 춤 솜씨를 종종 봐 와서 그런지 중간 이상은 간다 해도 ‘끝내주게 잘 춘다’는 생각은 안 드는 게 문제였죠. 피직스나 홍텐 같은 이들의 춤사위를 한 번이라도 보신 분들이라면 이게 뭔 느낌인지 아실 거 같습니다.
자, 공연도 봤겠다 다리를 건너 조금 더 걸어 봤습니다.



앙증맞은 트리케라톱스도 모자라
오른쪽에선 무려 뼈다귀만 남은 티라노사우르스가 콜라를 마시고 있군요.











저도 소싯적에 한창 공룡에 미쳐 살았어요. 지금도 몇몇 공룡을 기억합니다.

「쥬라기 공원」 쪽 매장에서 칠면조 다리를 드시라,
그게 그나마 싸고 양도 많다’라고 하셨기에,
기왕 온 거 먹고 가기로 했습니다.


근데 이거, 사진기 들고 계속 이렇게 묻고 다니려니 진짜 오덕스럽습니다. (……)

남자들이야 그냥 다 먹을 만도 하지만 여자분들은 하나 사서 둘이 나눠먹어도 되겠더군요.
근데 원체 짭짤해놔서 밥 생각이 절로 납니다.

























그리고 보니 「쥬라기 공원」에도 저렇게 공룡 앞에서 당하는 모양새로 사진 찍는 사람들이 와글와글 했죠.







“사요나라, 아리가토우고자이마스~”라고 하는 광경을 또 다른 이방인이 보는 기분도 꽤 묘했습니다.

돌고 돌아 이제 다시 돌아가려는 시점, 입구 근처에서 인형들을 발견. 사실 입장할 때에도 딱따구리를 보고 같이 사진 좀 찍고 싶어서 기다렸지만 경쟁률이 너무 높아서 포기했었거든요.





붙들고 한 장 찍었습니다. 소원 성취! 에헤헤헤~헤~(딱따구리 울음소리)
그리하여 USJ 관람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습니다. 탈 건 하나도 안 탔지만, 충분히 즐거웠어요. 뭐, 이렇게 놀 수도 있는 거죠.
다만 한 가지…… 막상 나올 때 쯤 되니 좀 기묘한 기분이 들더라고요. 분명 내가 서 있던 곳은 일본인데, 그 공간은 말 그대로 미국 자본의 상징에 가까운 헐리웃 영화사의 모든 것을 똑같이 재현해놓고 있었죠. 일본이지만 일본이 아닌 느낌, 일본에서 미국보다 더 미국 같은 공간…… 위화감이 들더라고요. 테마파크가 으레 그렇다곤 하지만, 이 공간은 그걸 넘어서 아예 미국 창작물을 그대로 들고 온 거니까. 뭐라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들어서 약간 머리가 아파 왔습니다.


여행하면서 코난을 꽤 자주 봤습니다. 여기저기서요.
그나저나 정작 커피는 여기가 아니라 스타벅스에서 샀군요. 너무 복잡했어요.
스타벅스에선 사진 찍지 말래서 못 찍었습니다.
코난이 넌 이 수수께끼가 풀리는가?!라고 묻고 있는데 알 게 뭐니 그런 거.



일단 내려서 다음 열차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타마가와 역으로 돌아온 거 까진 좋은데 여기서 제가 실수를 하나 저질렀어요. 애들한텐 그리 주의하라고 신신당부해놓고선(……).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표를 끊고 들어가자마자 열차 플랫폼이라는 독특한 구조였거든요. 근데 사진 찍고 앞으로 찰나 열차가 바로 들어왔어요. 급한 마음에 바로 탔죠. 하지만 이게 실수였습니다. 타자마자 창 밖에서 ‘니혼바시는 이 아래 계단으로 내려가시라’는 안내판이 지나가더라고요. 꽥. 죄송합니다 이종규 작가님. 삽질은 혼자서나 해야 하는 건데. 우와아아앙.
여하간 그래서 센니치마에센 끝자락인 노다한신 역에 내렸습니다. 그리고 일단 역무원에게 물어봤죠. 잘못 타서 여기로 왔고 우리는 지금 니혼바시로 가야 한다고 더듬더듬 말했더니만 이 역무원이 끄트머리 플랫폼 쪽으로 가라네요? 그래서 그쪽으로 가서 계단을 올라가니 어라 반대편으로 건너갈 수가 없고 바로 개찰구에요. 그래서 다른 역무원에게 물었더니 이번엔 내려가래요. 더듬더듬 상황 설명을 하는데 이 사람은 또 되도 않는 영어로 플랫폼 번호만 읊조리는 겁니다. 노선도 상으로는 이 뒤로 가면 사철 영역으로 에비에 쪽으로 빠지는 거 같은데? 어라? 근데 내린 데로 다시 가라고?
저는 일본어가 짧고 역무원 아저씨는 영어가 안 됩니다. 그래서 일단 그냥 내려가서 타 보고, 다음 역에서 반대편으로 건너가 보기로 했죠. 그리하여 열차를 다시 탔는…데, 어라. 노선표대로라면 에비에 역으로 갈 거 같던 게, 도로 타마가와 역으로 왔네요. 그제야 알아차렸습니다. 이 역이 센니치마에선 끝이어서, 반대편 플랫폼은 아예 폐쇄상태고 그냥 도착한 그대로 방향만 뒤집어서 돌아가는 구조였던 거죠. 마치 우리나라 전철 1호선이 천안역에 도착하면 왔던 대로 뒤집어서 돌아가는 것처럼. 근데 천안은 ‘반대편 플랫폼’이랄 게 없는 구조라고? 여긴 플랫폼이 있긴 했단 말이지?!
…….
아, 이 난감함이라니. 덕분에 더 큰 탈 없이 니혼바시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만…… 우리는 당연히 반대편 플랫폼으로 가야 돌아가는 열차를 탈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역무원 아저씨는 당연히 그냥 거기서 타면 되는데 이 외국인 놈들 왜 이래 하는 기분이었겠죠. 그냥 간단하게 여기가 끝이고, 그 자리에서 그대로 타면 돌아갈 수 있다고만 말해줬으면 알아는 들었을 텐데. 처음 온 사람들이 그 구조를 어떻게 아냐고오오오.
……라곤 해도 애초에 ‘반대편 플랫폼으로는 갈 수 없는 건가요?’라고 물어봤으면 될 걸, 왜 그 땐 그 생각을 못했는지. 뭐 이제 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그 땐 진짜 캄캄하더라고요. 앞으로 일본에 가면 좀 더 주의해야겠습니다.

(계속)
# by | 2008/05/13 07:28 | 여행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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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유효기간은 5월 31일까지입니다. 2009년.
CARPEDIEM 님) 네. 근데 아직 절반도 안 왔습니다. 쿨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