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 하고 왔습니다.

이래저래 마음이 싱숭생숭하여 그냥 자기 전에 하고 오자! 심산으로 자전거를 몰고 나섰습니다. 6시 30분.
제 애마 삼트라이다.
투표소에 가니 원더걸스가 반겨줍니다.
이번 선거 최고의 수혜자 아닐까 싶군요.

수만 : 이…이겼다고 생각하지 마! 이번만, 야…양보했을 뿐이야!
진영 : 언제든 덤벼, 받아줄 테니♡
무려 투표확인증이란 녀석까지 나눠주더군요.
박물관이나 미술관, 국가 및 시/도 지정 문화재, 능원, 유적, 공영주차장 등
국공립 유료시설에서 쓸 수 있대요.
유효기간이 너무 짧아. 4월 30일까지라니. 게다가 1회 1번. (……)

개인적으로는 국가 공무원 시험 가산점 1점이라도 붙었다면
젊은놈들이 미친듯 달려들었을 거라는 데 한 표.



참고로 저는 열세 번째로 투표했습니다. 어르신들이 새벽 같이 달려 나오셨더군요.

투표 하고 목욕이나 하고 오려 했는데, 사우나가 문을 닫았어요!
아예 망했어요! 일전에 담보니 채무니 어쩌구저쩌구 하는 걸 봤는데 아마도 빚이 좀 있었나 보더군요.
공사중이라 적혀 있긴 했지만 아마 다시 열리진 못할 것 같습니다.

……어디로 가나. 우씨.



그나저나.


우리나라는 왕정제도 아닌 민주주의 제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국가 이름도 대한'민국'이고요.
헌법마저 첫머리부터 '민주공화국이고,
주권은 국민에게 있으며 모든 권력이 국민에게서 나온다'고 적고 있죠.
절대로, 하늘에서 내려준 권력을 보장하고 있지 않습니다.

위정자는 그 국민을 대표하여 나라를 이끄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을 뽑는 건 민주주의 사회에선 다른 누구도 아닌 국민들이죠.
우리는 그들에게 우리의 권리를 빌려주는 겁니다.
투표는 공적인 권력 대여행위죠.

그 과정을 거치지 않은 사람이
위정자들의 위선을 욕할 수 있을까요?
또한, 신뢰할 수도 없고 신뢰해서도 안 되는,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족적이 죄로 점철되어 있는 자들을
뽑은 사람이
국가 안위를 논할 수 있을까요?

아닙니다.
욕을 먹어야 하는 건
바로 그 위정자가 올라서게끔 드러내놓고 방조한
권력 포기자요,
범죄 방조자.
바로 투표하지 않거나
죄인을 위로 올려놓은 분들입니다.


정치 욕할 힘이 남아 있다면,
그 힘 조금 더 그러모아서
투표장 가십시오.
오늘 18시까지고,
투표장은 결코 멀지도 않습니다.


가셔서 찍으십시오.
신념으로 찍든,
판세를 보아 전략적으로 찍든.
정치는 참여하고 말하는 거지,
애들 장난인 양 놀면서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정치란
우리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행위고
최소한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그 모든 시발점이 우리 손 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정치인입니다.
우리가 위정자입니다.
당신이 국민이라면
나라의 권력은 당신에게서 나옵니다.
당신이 뽑은 자가 당신을 대신해 정치를 하니까요.
그걸 부정하고 싶으시면
차라리 왕정복고운동에 몸을 담으시거나,
이민 가시거나,
독재정권의 탄생을 기원하세요.

자기 머리로 결정할 게 아무것도 없는
그런 사회가 편하다면 그걸 바라세요.
그런 사회가 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
몇이나 생목숨을 버렸었는가
몇이나 생피를 땅바닥에 처발랐었는가
아무런 감흥도 느낌도 없다면
당신이 하는 욕, 한탄
그 모두가 당신 얼굴로 돌아갈 겁니다.
최소한 저 한사람 쯤은
그런 당신을 쳐다보며 혀를 차겠죠.
왜 그러고 사냐고.
저는 그래도 돼요.
적어도 전 제가 말하기 위해서 필요한 행동은
하고 살거든요?
그래봐야
그 생피 처바르도록 한 가해자와 권속들이 누군지도 모르거나
알고도 그게 지도자라면서 눈 돌리는
그런 동생과 부모님을 설득조차 못하는 못난이지만.
적어도 저에 한해선 생각한 바 대로 갑니다.



뭐하러 이런 소리까지 하냐고요?
하도 많아서 그럽니다. 정치에 왜 그리 관심 갖냐고.
투표 해서 뭐하냐고.
네가 국회의원 할 것도 아닌데
왜 그리 정치 이야기를 해서 시끄럽게나 구냐고.

투표나 하고 나서 덤비십시오.
그런 다음에나 이야기하는 거, 안 말립니다.
하고 오십시오.
당장.
당신이 이 나라에 사는 국민이고 사람이라면.



특히 2,30대 여러분.

여러분들이 이 핑계 저 핑계 대고 놀러 나갈 때,
머리가 새하얀 늙다리 어르신들께서는 새벽같이 달려나가서 표를 던지십니다.

그 늙다리들이 뒈지는 게 빠를까요, 아니면 여러분 선택으로 나라가 작살나는 게 빠를까요?
이번엔 운하도 진짜 팔 판인데?

노인장들을 투표 못하는 게 맞을까요,
여러분이 참여해서 연령대별 투표율이 균형을 찾는게 맞을까요?
그 양반들까지 안 하면 투표율이 아예 바닥으로 떨어지는데?

취업이니 시험이니 걱정할 거 많은 건 아는데,
그 '제도'에 얽힌 것들을 만드는 놈들을 위로 올리는 게 투표랍니다.
여러분들하고 무관하지 않아요.

더 이상 핑계대지 말고
닥치고 가서 찍고 와요.

당장.






영화 재미 없게 만드니까 다운 받아도 되고
만화 질 낮으니까 빌려봐도 되고 다운 받아도 된다던 사람들.
삶의 방식이 그러한 사람들은
뭘 해도 그렇게 살 수밖에 없죠.

세상에 연결 안 되는 게 없다는 걸 요즘 자주 느낍니다.
다 사람 사는 세상이라 더욱 그렇죠.
평소에 그러고 사는 사람들은 이런 때가 와도 똑같이 처신합니다.
안 해도 돼(안 사도 돼), 나 하나 쯤은
찍을 놈 없거든(살 게 없거든).

사람으로 삽시다.
짐승으로 살지 말고.
범죄자로 살지 말고.

투표도 하고, 불법 공유 하지 말고.

by 서찬휘 | 2008/04/09 07:15 | 삶의 흔적들 | 트랙백 | 핑백(1)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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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 않는 사람들이야속하기만 합니다. 이제 약 3시간 남았네요...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투표소가 있습니다.운동삼아 다녀들 오세요. ^^http://seochnh.egloos.com/1738605이글루스 가든 - 하루에 한장. 사진 일기를 쓰자! ... more

Commented by 얼음폭퐁 at 2008/04/09 07:20
좋은 글이네요 ^^.. 전 당장은 못가고 1시간 후에 투표하러 출발..
Commented by 서린언니 at 2008/04/09 08:20
일본만 아니었어도 -_-;
Commented by 레이 at 2008/04/09 10:25
근데 원더걸스는 투표권이 없...
Commented by 양군 at 2008/04/09 13:32
레이님// 유빈이라는 멤버 한명은 투표권 있다는군요(...)
Commented by 푸하핫 at 2008/04/09 14:21
투표율 대박......1시 현재 30%도 못 넘었다네요
Commented by chelsea at 2008/04/09 15:28
아침 일찍 하셨군요.
오늘 투표율 좌절스럽더군요...
Commented by 정원 at 2008/04/09 16:01
읽어내려오면서 어찌 이리 속이 시원한지요... ^^
Brav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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