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강의 다녀왔습니다.

매번 ~번째 다녀왔습니다 같은 식으로 쓸 건 아니겠지만요.

어쨌든 여러모로 재밌었습니다. 보통 한 번에 세 시간씩, 하루에 두 번 강의를 합니다. 일단 오늘 만난 친구들에겐 첫 시간이 되는지라 꽉 채우지 않고 두 시간 정도에서 정리를 하긴 했습니다만. 개인적으론 네 번 중에서 오늘 마지막 시간이 가장 즐거웠던 거 같네요. 첫 시간 때 내용을 채 다 외우지 못해 컨닝을 많이 했고 둘째 시간엔 자료를 날려먹는 바람에 기억에 의존했다면… 셋째 넷째 시간은 아예 자료가 머리에 다 들어가 있는 통에 같은 소리를 반복한다는 기분이 들었죠. 하지만 반응은 확실히 반마다 다르더라고요.

셋째 시간에 만난 친구들은 복학생 세 명을 빼면 다 여자. 어찌 보자면 제일 무시무시한 조합입니다. 아예 여자 쪽과 남자 쪽이 사는 세계가 다른 기분이었달까요? 반면에 넷째 시간엔 적당히 섞여 있었고 반응도 가장 활발했습니다. 농도 섞어가면서 이야기를 했는데 분위기를 잘 타줘서 좋더라고요. 분위기가 즐거우면 앞에서 말하는 사람도 즐겁습니다. 역시 쾌활한 친구들이 있는 편이 좋아요.

여하간, 덕분에 와~ 재밌었어! 라는 기분이 되어 방실방실 웃으며 돌아왔습니다.


모든 수업을 끝내고 나니 한 7시쯤 되었습니다만 보드 타러 가지 않겠냐는 친구들이 있더군요. 웬 보드? 보드게임이라도 하잔 건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바로 옆에 있는 스키장엘 가잔 소리였습니다. 우와, 가까운 데에 스키장이 있는 동네에서 노는 친구들 답다고할까요? (……) 그치만 전 몸치라 도무지 그런 데 가서 놀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서 포기. 스키장엘 한 번도 가 본적이 없기도 하고요. 하지만 이 친구들은 참 잘 노는구나 싶어서 괜시리 기분이 좋았습니다. 뭐랄까요. 역시 학창시절엔 열심히 잘 놀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나중 가서 재미 없는 어른으로 늙는 것 보단 말이죠. 일만 하다가 딱히 놀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닫고 이제 와서 후회 중인 저처럼요. 그치만- 가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해 준 건 좋았습니다. 그냥 한 거래도.

음. 그리고 오늘 종일 학생들한테서 "학생인 줄 알았어요!"라는 말을 들었군요. 뭐 옷을 몹시도 캐쥬얼하게 입고 가긴 했습니다만. 인사해주는 친구들도 반갑지만 역시 '교수님'이란 호칭에 익숙해지려면 시간이 좀 걸릴 거 같습니다. 그리고… 일전에 입학식에서 만났던 1학년 친구들도 봤어요. 눈앞에서 "선배인가?" "아니 교수님이야" 라든지 설마 형보다 나이가 적진 않겠지 같은 소리를 하고 있길래 식은땀을 좀 흘렸군요. 물론 듣자하니 저보다 나이 많은 사람이…있다곤 합니다. 쿨럭. 뭐, 잘 해 봐야죠. 여러모로.

…그나저나 오늘 옷차림(검은후드티+갈색 셔츠+청바지) 정도로 이렇게 어리게 보면 곤란한데. 수요일부터 열리는 과 OT때엔 펑크룩 차림으로 갈 생각이었건만 대체 무슨 반응이 돌아오려나. (……)



* 학교 컴퓨터로 건강보험료랑 가스비 납부하는 것도 꽤 스릴 있더군요. 쿨럭쿨럭. 하필 오늘이 마감일일 게 뭐야.

by 서찬휘 | 2008/03/10 23:51 | 삶의 흔적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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