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식사

느닷없이 사과쥬스가 먹고 싶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사과를 마구 깎았습니다. 난도질한 결과물.
그리고 꺼내들었습니다. 강판을 말이죠.
마구 갈았습니다.
쨔잔.
두 개를 갈았더니 한컵 반 정도가 나오더라고요.
한 컵은 후식으로 남겨놨습니다. 그럼 다른 한 컵은?
즙은 따라 마시고 건더기는 고기 구워먹는 데에다 부어넣었습니다. 심지어 저 고기는 굽기 전에 레드와인에 담가놓기까지 했습니다. 매우 호사스러운 식사입니다. 사과 향기가 고기에 스며들어 맛이 좋더군요. 양념까지 된 고기에 뭔 짓이냐!라고 하실 수도 있지만 술은 향보다도 고기를 연하게 하는 데 효과가 좋거든요. 게다가 꽤 오래 냉동해놨던 고기라서.
제법 꼬들꼬들한 밥에 김치에 콩나물, 거기에 막 구운 고기까지. 오늘의 저녁식사였습니다.
아니 이미 어제였군요.


사과쥬스는 파는 거 말고 바로 갈아서 과육까지 살아 있는 그 녀석이 갑자기 너무너무 먹고 싶었거든요. 그것도 믹서기나 녹즙기 같은 데가 아니라 직접 강판에 간 그 녀석! 아, 간만에 먹는 걸로 황홀했어요. 설거지는 좀 귀찮지만. (……)

몇 백 원이라도 더 싼 매장 찾아가서 장 봐오고 설거지하고 빨래 널어놓고 차 한 잔 끓여마시면서 밤이 깊어가고 있음을 실감하는 생활. 내일은 뭘 차려먹을까를 고민하는 생활. 주부란 게 이런 건가 합니다. 콜록.

by 서찬휘 | 2008/01/11 01:51 | 식탐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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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치아쿠 at 2008/01/11 02:27
ㅎㅎㅎ 강판 설겆이가 좀 힘들죠. 하지만 맛있을것 같네요 ;ㅁ; 근데... 사과가 진짜 난도질이네요. ;;;;;
Commented by 알비레오 at 2008/01/11 03:42
강판 다루다가 간혹 손을 다치는 상황이... ;;; (부엌에서 서툰 알비레오.)
그나저나, 갈수록 주부 생활에 익숙해지시는 것 같네요. ^^;

Commented by 서찬휘 at 2008/01/11 04:08
치아쿠 님) 벌레먹은 부분이 워낙 커서 갈라내고 하느라…라곤 하지만 실은 과일 깎는 솜씨가 워낙 개차반입니다. 부엌칼 쓰는 법을 익힌 것도 작년인가 그렇고요. 그나마 요즘 조금 빨라졌나 싶긴 해요.
알비레오 님) 그나마 플라스틱 재질이라서 덜 위험해요. 쇠강판은 정말 무섭죠. 풀메탈패닉에서도 무기로 쓰이더군요. (……) 그리고 주부생활, 확실히 익숙해지고 있습니다. 콜록.
Commented by 소혼 at 2008/01/11 10:27
한솥도시락에서 요일별로 세일한대요. 한 번 가보시지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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