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2월 27일
불법복제를 않는 데 대해
난 P2P 안 쓴다. 그래서 동영상도 안 본다. 프로그램도 하나 빼고 다 정품 아니면 공개 프로그램이다. 실은 그 하나가 포토샵이지만. GIMP를 이용하는 까닭은 그에 따른 부채의식도 없지 않아 있다. 여기에 리눅스를 쓰기도 하고, 아래아한글과 V3의 오랜 정품 애용자이자 MS오피스를 억지스럽지만 정품 사 써 주는 이용자기도 하다. 그나마 게임을 별로 안 하니까 돈이 덜 들 뿐. 이러니 이글루스의 애니밸리 쪽 가 보면 정말 읽을 엄두가 안 난다. 딴 세상 이야기고, 안 보는 내가 바보 같아서 말이지. 게다가 기자가 다운받은 미드 일드 이야기를 꺼내며 히히덕대는 꼴을 보고 있노라면 그냥 눈을 감고 싶다.
실은 안 하는 게 '옳아서' 안 하는 게 아니다. 난 그렇게 깨끗하지 않다. 어제도 신호등 위반 했다. 어젠 주문한 발매트가 왔는데 유통사 실수로 두 개를 보내야 할 걸 네 개를 보내왔길래 전화해서 내가 잘못 주문한 거냐 묻고 나머지는 반송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그러마 하긴 했지만 걍 씹고 다른 사람이나 줄까 그러고 있기도 하다. 난 이렇게 적당히 속이 시커먼 사람이다. 내가 불법 복제를 안 하는 까닭은 무조건 옳아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불법스캔본 보지 말고, 대여점도 가급적 이용하지 말자-고 말하는 사람이 불법 프로그램으로 도배를 하고 있는 모양새가 좋을 리가 없다. 들키지 않는대도 내가 뒷맛이 씁쓸해서 못 견딘다. 실은 그 뿐이다. 나 스스로가 도무지 정당할 수가 없어서 그렇다. 돈을 잃었다 생각했다가 돌려받았을 때 그 1할을 자선냄비에 그대로 집어넣은 것도 그런 부채의식을 조금이나마 덜고 마음이라도 편하고 싶어서지 내가 착해서가 아니다. 난 그저 그렇게 '위안'을 할 뿐이고, 빚지는 기분이 싫은 거다. 사실, 일기라곤 하지만 대놓고 나 도둑질 했다고 커밍아웃하는 기분조차도 좀 더럽긴 하다.
그리고 이번에 CS3 패키지를 구입하려고 하고 있다. 드디어 마지막 불법복제 프로그램이 하드디스크에서 사라진다. 문제는 이게 240만원 정도 한다는 거다. 사실 어도비사 담당자를 만날 수 있다면 이 소리를 하고 싶긴 하다. 야이 씨발 도둑놈들아 이게 지금 사람더러 사라고 만들어놨냐? 현실적으로 이 고가 책정이 이해는 가지만 현실성이 너무 없잖아!
굳이 이런 이야기를 줄줄 꺼내는 까닭은… 글쎄, 어떤 부분에 관해서는 사고방식이 도무지 다르긴 한데.
형편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닌 사람이 그 정도의 고가를 지불하고 프로그램을 사는 건 돈도 못 벌어다주는 가장이 부인한테는 뭐 하나도 안 사주면서 자기 거에 돈을 크게 쓰는 거와 같다. 그리고 다른 데면 모르겠는데 어도비는 당신 아니어도 돈 많이 버는데 굳이 그렇게 보태줄 필요가 없다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 형편이 아주 좋은 편이 아닌 건 맞다. 안 그래도 아직은 벌이가 들쭉날쭉하니까. 학생들 같이 돈 없는 사람들은 P2P든 뭐든 복제를 해도 되고, 돈 버는 사람들에게 사게끔 하면 된다.라는 말도 했다. 사실 구멍투성이 논조라서 할 말이 없긴 했지만 이런 거 가지고 걸고 넘어지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는 게 사실인지라 그냥 웃으면서 넘어갔다. 내가 뭐라 한대서 고쳐줄 리야 만무하고. 다만 속담 두 개가 생각나더라.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되고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애일 때 배운 도둑질은 크면 더하면 더 했지 돈 번다고 정품 사 쓸 생각 절-대로 안 한다. 만에 하나거나, 아니면 단속 떠서거나. 그게 절대적인 현실이랍니다. 불법 복제를 일일이 법으로 규제하는 게 현실성은 없지만, 학생 때와 돈 벌기 시작한 사회인일 때를 구분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건 현실성과도 거리가 먼 너무 안일하고 순진한 생각일 수밖에. 게다가 영세한 기업 거, 싼 거면 사줘야 한다는 것도 그렇다. 현실 속에서 이중잣대를 대는 건 누구나 그럴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부분에서만은 좀 난감하다. 사람들은 의식이 바르지 않는 한 어느 기업 거든 돈 안 쓰려 들지 기업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경우 선택지는 어쨌든 큰 회사 쪽으로 가게 되므로 애초에 영세회사는 살 가치가 없다는 결론이 되고 만다. 삼성이 전세계적인 대기업이므로 부정 저질렀어도 건드려선 안 된다는 것만큼이나 위험한 발상이다.
난 그래서 '현실론'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제정신으로 이명박을 찍을 수 없는 것만큼이나. 다만 설득은 불가능하다. 이것만으로도 하루 온종일 떠들 수 있고 그 때문에 결론 나지 않을 말싸움으로 번지는 건 보고 싶지 않으니까. 난 싸움닭이 아니다. 필요한 때 아니면 그냥 상대가 그러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편이다. 사람 뇌리에 깊숙히 박힌 사고가 1시간짜리 대화로 고쳐질 수 있다면 세상이 이 정도로 정신나간 상태로 돌격하진 않는다.
그럼 어쩌라는 거냐 할 사람에게 말한다. 나는 비싸지만 어쨌든 사고 부채의식을 씻을 예정이다. 그게 앞으로의 내 일을 위해서도 좋을 거다. 돈을 아예 못 낼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나쁜 놈이라 안 할 테니까 포토샵을 불법으로 쓰고 있다면 하다못해 GIMP나 페인트샵 프로, 오픈캔버스 등 더 싸거나 공짜로 쓸 수 있는 쪽을 찾아서 이용해 볼 것을 권한다. 동영상 내려받아 보고 있다면 지우라곤 안 할 테니 이제라도 덜 하거나 하지 말거나 아니면 대놓고 자랑질만이라도 하지 말아라. 이글루스 애니밸리에 올리는 것들은 자성하고 블로그 글들 좀 싹 삭제하고. 현실이 시궁창이고 지랄맞아도 도둑질 안 된다는 건 만국공통의 법이다. 그리고 우리가 공공연하게 하고 있는 게 도둑질이란 것도 엄연한 사실이고 현실이다. 신호위반 정도는 애교로 저지를 수 있지만, 어쨌든 잘못이니까 대놓고 하는 건 안 된다. 그리고 난 대놓고 못하겠기에 죄를 반성하고 이번에 대가를 치른다. 깨끗해서가 아니라, 더는 속 쓰려서 못 견디겠거든. 내가 너무 결벽증이고 강박증인 건가?
참. 이 분 내게 이렇게 물으셨다. 새벽 세 시 네 시에 차를 몰고 가는데 아무도 없는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빨간불 뜨면 당신은 설거냐 그냥 지나갈 거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기분 따라서 또는 상황 봐서 결정하겠다. 그게 내 답이다. 뒤에 차가 없기도 해서 서도 무방하면 서고, 지나가도 별 문제 없는 상황이고 뒤에 차가 온다 싶으면 가는 거다. 바보 같은가? 하지만 심야의 횡단보도는, 아주 적은 확률로 보행자가 급히 뛰어나올 가능성이 훨씬 큰 곳이다. 그리고 한적한 곳일수록 사람은 안 보인다. 기분 따라서라 해도 한 번이라도 선다면 내 차에 치어 사람이 죽을 확률은 훨씬 낮아진다. 제아무리 심야라도 파란불이고 횡단보도 건너고 있는 사람을 치어 죽이기라도 하면 100% 운전자 책임이다. 써놓고 보니 무진장 계산적이네?
난 권교정 씨 만화를 참 좋아한다. 이 분 만화 중에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란 작품을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세상의 시스템'이란 것. 타인에 관한 사랑을 느껴보지 못한 남자가, 회사에서 불만이 쏟아져나올 정도로 복지에 돈을 쏟아붓는 까닭은 뭘까. 아서는 아이들이 웃지 않는 사회는 좋지 않기 때문이라 답했었다. 대사가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는데. 지금 본가가 아니라 책을 펼칠 수도 없고. 그러한 일련의 규칙. 그러한 일련의 보이지 않는 손. 인간의 '법'이란 테두리를 넘어선 그 무언가의 일정한 흐름. 누구든 느끼고 있을 그런 부분을 권교정 씨는 '세상의 시스템'이라는 대사 한 마디로 꿰뚫어 말해주었고 난 그대로 침몰했다. 그 이후로 그 대사는 나를 오롯이 지배하고 있다. 아, 작품 하나에 이렇게 꽂히다니 정말 나는 어쩔 수 없는 만화인이라니까.
여하간 그렇다. 계산적인 게 가식적으로 보인대도 좋다. 조금이라도 양심을 지켜 마음이나 편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편이 결국 돌고 돌아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게 사회다. 아직 젊은 나지만 그 흐름의 일부를 어느 정도 맛보면서 살고 있고 나름대로 깨달음을 얻고 있기에- 나는 최소한 내 여력이 되는 선에서라면 양심을 지키는 쪽으로 간다. 철저하게 속물적인 이유에서라도, 나는 그것이 내게 좋은 결과물을 내 줄 거라고 생각하기에. 동호회 운영자로서, 사이트 운영자로서 생성되는 권력관계도 지켜봐 왔고 프로그래머로서 로직의 흐름도 알고 있으며 글을 쓰면서 인과 관계의 앞뒤가 어떤 것인지도 깨닫고 있는 사람으로서 말하는 거지만, 세상을 이루는 시스템이란 부분은 정치만큼이나 생활 그 자체에 영향을 끼친다. 섭리와는 또 별개의 문제로, 어떤 '선'을 넘느냐 넘지 않느냐부터 시작하는 자잘한 부분에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하고 사회의 흐름을 뒤바꿔놓게 된다. 현실적이라는 이름으로 몰래 자행하는 부분들, 묻는 부분들이 실은 돌고 돌아 자기와 자기 주위를 오염시키는 독이 된다. 프로그램은 디버깅을 거쳐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그 이전에 코딩 단계에서부터 제대로 흐름을 잡아놓지 않으면 그 프로그램은 반드시 어디선가 오류를 내거나 자원을 쓸데없이 잡아먹게 된다. 시스템 사양을 높여서 해결할 게 아니라 코딩 단계에서부터 잘 해야 하는 거다. 그런데 우리는 시스템 사양을 높여서 해결하자고 하고 있다. 그리고 상황이 안 되니까 어쩔 수 없이 그냥 하는 것도 아니라, 실은 제대로 할 수 있는 여력이 있어도 안 하는 게 현실이고. 가끔 보면 너무 현실을 멋대로 해석해. 사람들은.
착한 마음? 깨끗한 마음? 엿이나 먹으라지. 누차 말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다. 다만 난 그 시궁창 안에도 생태계가 있고 나 또한 그 생태계의 일원이며 앞으로 그 안에서도 살아가야 할 것임을 알기 때문에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볼 뿐이다.
불법이든 뭐든 말릴 생각은 없는데, 어쨌거나 난 이렇게 생각하는 놈이다. 그리고 여유가 조금이나마 있는 지금이 그 때라고 생각할 뿐이다. 내년은 그 녀석을 이용해 곱절의 곱절을 빼먹을 각오를 하고 있으니까.
* 저 말한 분의 논지 자체는 옳다곤 말할 수 없지만, 사회 구성원 태반의 사고방식이 그러하기에 뭐라 할 생각은 없습니다. 괜히 동조한다고 저분을 매도하진 마세요. 편들어달라 쓰는 게 아니라 답답해서 늘어놓은 거니까. 이 글도 순전히 제가 이렇게 생각한다는 선이니까. 그리고 너라고 복제 안 썼냐 하실 분 분명 있을 듯해서 미리 한 마디 던져둡니다. 글에도 썼지만 난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한 해 왔다. 그리고 지금 그 마지막 딱지를 떼려고 하고 있어. 그게 답이다. 난 너처럼은 안 사니까, 부디 조용히 가라.
* 실은 길게 쓸 거 없이 이거면 되는데. 투표 않고 정치 욕하는 것만큼 꼴불견이 없는 것처럼, 복제 쓰면서 욕해봐야 허무할 뿐이니까. 최소한 밥벌이하는 사람만은 정당화해선 안 된다는 것도 있고. 그저 지금 속이 좀 타는 김에 줄줄줄 써 봤다.
* 언젠가 내가 싸우기 싫어하는 부분을 지적하던 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난 15살 넘은 인간이 누가 말해서 한 순간에 생각을 바꿀 수 있으리라곤 절대로 생각 않기에 싸워서 고쳐줄 생각도 않는다. 시간을 오-래 들여서 개조할 수 있으면 모를까, 특히나 어른이라는 이들의 굳은 생각은, 나를 포함해서 쉽게 바뀌지 않는다. 싸워봐야 나만 지친다. 할 수 있는 건, 나부터 잘 하는 것 뿐. 그리고 바꾸는 단초가 될 수 있는 작업을 해 나감으로써 뒤따라오는 세대들이 바라볼 수 있게, 또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하는 것 뿐. 그러나 싸워서 바꿀 수도 있긴 하다. 부정하진 않겠는데 난 더 이상 못하겠다. 지쳐서. 결정적으로 내가 여전히 그럴 수 있다고 믿었다면, 지금쯤 내 아버지는 한나라당을 반대하고 계셔야 한다. 조중동도 끊으셨어야 한다. 난 못했거든.
* 그래봐야 '무능한 가장'론에는 어떤 이야기도 개소리가 되니까 난 어쨌든 꿋꿋하게 성공해내야 한다. 이명박이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가 - 제아무리 상식적으론 말이 안되지만 현실에서 통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무능한 가장'론 아닌가. 애초에 납득할 이유도 필요도 없는 거지만 그게 현실이라면 난 현실 속에서 내 방식으로 성공해낼 수밖에. 힘들다. 그렇지만 내가 스스로에게 빚지는 게 더 괴로워서 난 바보짓을 저지르고 말겠다. 하지만 예시를 이런 걸로 들면 온전한 대화는 사실 힘들다. 그래서 난 이런 땐 그냥 입을 닫는다. 대화하고 싶으니까. 싸우고 싶지 않으니까. 그게- 비록 비겁할지언정.
실은 안 하는 게 '옳아서' 안 하는 게 아니다. 난 그렇게 깨끗하지 않다. 어제도 신호등 위반 했다. 어젠 주문한 발매트가 왔는데 유통사 실수로 두 개를 보내야 할 걸 네 개를 보내왔길래 전화해서 내가 잘못 주문한 거냐 묻고 나머지는 반송해달라는 요청을 받아 그러마 하긴 했지만 걍 씹고 다른 사람이나 줄까 그러고 있기도 하다. 난 이렇게 적당히 속이 시커먼 사람이다. 내가 불법 복제를 안 하는 까닭은 무조건 옳아서가 아니라, 나 스스로의 정당성을 입증하기 위해서다. 불법스캔본 보지 말고, 대여점도 가급적 이용하지 말자-고 말하는 사람이 불법 프로그램으로 도배를 하고 있는 모양새가 좋을 리가 없다. 들키지 않는대도 내가 뒷맛이 씁쓸해서 못 견딘다. 실은 그 뿐이다. 나 스스로가 도무지 정당할 수가 없어서 그렇다. 돈을 잃었다 생각했다가 돌려받았을 때 그 1할을 자선냄비에 그대로 집어넣은 것도 그런 부채의식을 조금이나마 덜고 마음이라도 편하고 싶어서지 내가 착해서가 아니다. 난 그저 그렇게 '위안'을 할 뿐이고, 빚지는 기분이 싫은 거다. 사실, 일기라곤 하지만 대놓고 나 도둑질 했다고 커밍아웃하는 기분조차도 좀 더럽긴 하다.
그리고 이번에 CS3 패키지를 구입하려고 하고 있다. 드디어 마지막 불법복제 프로그램이 하드디스크에서 사라진다. 문제는 이게 240만원 정도 한다는 거다. 사실 어도비사 담당자를 만날 수 있다면 이 소리를 하고 싶긴 하다. 야이 씨발 도둑놈들아 이게 지금 사람더러 사라고 만들어놨냐? 현실적으로 이 고가 책정이 이해는 가지만 현실성이 너무 없잖아!
굳이 이런 이야기를 줄줄 꺼내는 까닭은… 글쎄, 어떤 부분에 관해서는 사고방식이 도무지 다르긴 한데.
형편이 아주 좋은 편은 아닌 사람이 그 정도의 고가를 지불하고 프로그램을 사는 건 돈도 못 벌어다주는 가장이 부인한테는 뭐 하나도 안 사주면서 자기 거에 돈을 크게 쓰는 거와 같다. 그리고 다른 데면 모르겠는데 어도비는 당신 아니어도 돈 많이 버는데 굳이 그렇게 보태줄 필요가 없다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내 형편이 아주 좋은 편이 아닌 건 맞다. 안 그래도 아직은 벌이가 들쭉날쭉하니까. 학생들 같이 돈 없는 사람들은 P2P든 뭐든 복제를 해도 되고, 돈 버는 사람들에게 사게끔 하면 된다.라는 말도 했다. 사실 구멍투성이 논조라서 할 말이 없긴 했지만 이런 거 가지고 걸고 넘어지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는 게 사실인지라 그냥 웃으면서 넘어갔다. 내가 뭐라 한대서 고쳐줄 리야 만무하고. 다만 속담 두 개가 생각나더라. 바늘 도둑이 소도둑 되고 세 살 버릇 여든 간다고, 애일 때 배운 도둑질은 크면 더하면 더 했지 돈 번다고 정품 사 쓸 생각 절-대로 안 한다. 만에 하나거나, 아니면 단속 떠서거나. 그게 절대적인 현실이랍니다. 불법 복제를 일일이 법으로 규제하는 게 현실성은 없지만, 학생 때와 돈 벌기 시작한 사회인일 때를 구분짓고 이야기할 수 있는 건 현실성과도 거리가 먼 너무 안일하고 순진한 생각일 수밖에. 게다가 영세한 기업 거, 싼 거면 사줘야 한다는 것도 그렇다. 현실 속에서 이중잣대를 대는 건 누구나 그럴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부분에서만은 좀 난감하다. 사람들은 의식이 바르지 않는 한 어느 기업 거든 돈 안 쓰려 들지 기업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경우 선택지는 어쨌든 큰 회사 쪽으로 가게 되므로 애초에 영세회사는 살 가치가 없다는 결론이 되고 만다. 삼성이 전세계적인 대기업이므로 부정 저질렀어도 건드려선 안 된다는 것만큼이나 위험한 발상이다.
난 그래서 '현실론' 앞에서 고개를 끄덕이지 않았다. 제정신으로 이명박을 찍을 수 없는 것만큼이나. 다만 설득은 불가능하다. 이것만으로도 하루 온종일 떠들 수 있고 그 때문에 결론 나지 않을 말싸움으로 번지는 건 보고 싶지 않으니까. 난 싸움닭이 아니다. 필요한 때 아니면 그냥 상대가 그러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편이다. 사람 뇌리에 깊숙히 박힌 사고가 1시간짜리 대화로 고쳐질 수 있다면 세상이 이 정도로 정신나간 상태로 돌격하진 않는다.
그럼 어쩌라는 거냐 할 사람에게 말한다. 나는 비싸지만 어쨌든 사고 부채의식을 씻을 예정이다. 그게 앞으로의 내 일을 위해서도 좋을 거다. 돈을 아예 못 낼 상황도 아니기 때문에. 나쁜 놈이라 안 할 테니까 포토샵을 불법으로 쓰고 있다면 하다못해 GIMP나 페인트샵 프로, 오픈캔버스 등 더 싸거나 공짜로 쓸 수 있는 쪽을 찾아서 이용해 볼 것을 권한다. 동영상 내려받아 보고 있다면 지우라곤 안 할 테니 이제라도 덜 하거나 하지 말거나 아니면 대놓고 자랑질만이라도 하지 말아라. 이글루스 애니밸리에 올리는 것들은 자성하고 블로그 글들 좀 싹 삭제하고. 현실이 시궁창이고 지랄맞아도 도둑질 안 된다는 건 만국공통의 법이다. 그리고 우리가 공공연하게 하고 있는 게 도둑질이란 것도 엄연한 사실이고 현실이다. 신호위반 정도는 애교로 저지를 수 있지만, 어쨌든 잘못이니까 대놓고 하는 건 안 된다. 그리고 난 대놓고 못하겠기에 죄를 반성하고 이번에 대가를 치른다. 깨끗해서가 아니라, 더는 속 쓰려서 못 견디겠거든. 내가 너무 결벽증이고 강박증인 건가?
참. 이 분 내게 이렇게 물으셨다. 새벽 세 시 네 시에 차를 몰고 가는데 아무도 없는 횡단보도에 신호등이 빨간불 뜨면 당신은 설거냐 그냥 지나갈 거냐.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기분 따라서 또는 상황 봐서 결정하겠다. 그게 내 답이다. 뒤에 차가 없기도 해서 서도 무방하면 서고, 지나가도 별 문제 없는 상황이고 뒤에 차가 온다 싶으면 가는 거다. 바보 같은가? 하지만 심야의 횡단보도는, 아주 적은 확률로 보행자가 급히 뛰어나올 가능성이 훨씬 큰 곳이다. 그리고 한적한 곳일수록 사람은 안 보인다. 기분 따라서라 해도 한 번이라도 선다면 내 차에 치어 사람이 죽을 확률은 훨씬 낮아진다. 제아무리 심야라도 파란불이고 횡단보도 건너고 있는 사람을 치어 죽이기라도 하면 100% 운전자 책임이다. 써놓고 보니 무진장 계산적이네?
난 권교정 씨 만화를 참 좋아한다. 이 분 만화 중에 제멋대로 함선 디오티마란 작품을 보면 이런 대사가 나온다. '세상의 시스템'이란 것. 타인에 관한 사랑을 느껴보지 못한 남자가, 회사에서 불만이 쏟아져나올 정도로 복지에 돈을 쏟아붓는 까닭은 뭘까. 아서는 아이들이 웃지 않는 사회는 좋지 않기 때문이라 답했었다. 대사가 정확하게 기억은 안 나는데. 지금 본가가 아니라 책을 펼칠 수도 없고. 그러한 일련의 규칙. 그러한 일련의 보이지 않는 손. 인간의 '법'이란 테두리를 넘어선 그 무언가의 일정한 흐름. 누구든 느끼고 있을 그런 부분을 권교정 씨는 '세상의 시스템'이라는 대사 한 마디로 꿰뚫어 말해주었고 난 그대로 침몰했다. 그 이후로 그 대사는 나를 오롯이 지배하고 있다. 아, 작품 하나에 이렇게 꽂히다니 정말 나는 어쩔 수 없는 만화인이라니까.
여하간 그렇다. 계산적인 게 가식적으로 보인대도 좋다. 조금이라도 양심을 지켜 마음이나 편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 편이 결국 돌고 돌아 자기에게 이익이 되는 게 사회다. 아직 젊은 나지만 그 흐름의 일부를 어느 정도 맛보면서 살고 있고 나름대로 깨달음을 얻고 있기에- 나는 최소한 내 여력이 되는 선에서라면 양심을 지키는 쪽으로 간다. 철저하게 속물적인 이유에서라도, 나는 그것이 내게 좋은 결과물을 내 줄 거라고 생각하기에. 동호회 운영자로서, 사이트 운영자로서 생성되는 권력관계도 지켜봐 왔고 프로그래머로서 로직의 흐름도 알고 있으며 글을 쓰면서 인과 관계의 앞뒤가 어떤 것인지도 깨닫고 있는 사람으로서 말하는 거지만, 세상을 이루는 시스템이란 부분은 정치만큼이나 생활 그 자체에 영향을 끼친다. 섭리와는 또 별개의 문제로, 어떤 '선'을 넘느냐 넘지 않느냐부터 시작하는 자잘한 부분에서 사람의 인생을 좌지우지하고 사회의 흐름을 뒤바꿔놓게 된다. 현실적이라는 이름으로 몰래 자행하는 부분들, 묻는 부분들이 실은 돌고 돌아 자기와 자기 주위를 오염시키는 독이 된다. 프로그램은 디버깅을 거쳐야 하는 게 당연하지만, 그 이전에 코딩 단계에서부터 제대로 흐름을 잡아놓지 않으면 그 프로그램은 반드시 어디선가 오류를 내거나 자원을 쓸데없이 잡아먹게 된다. 시스템 사양을 높여서 해결할 게 아니라 코딩 단계에서부터 잘 해야 하는 거다. 그런데 우리는 시스템 사양을 높여서 해결하자고 하고 있다. 그리고 상황이 안 되니까 어쩔 수 없이 그냥 하는 것도 아니라, 실은 제대로 할 수 있는 여력이 있어도 안 하는 게 현실이고. 가끔 보면 너무 현실을 멋대로 해석해. 사람들은.
착한 마음? 깨끗한 마음? 엿이나 먹으라지. 누차 말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다. 다만 난 그 시궁창 안에도 생태계가 있고 나 또한 그 생태계의 일원이며 앞으로 그 안에서도 살아가야 할 것임을 알기 때문에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볼 뿐이다.
불법이든 뭐든 말릴 생각은 없는데, 어쨌거나 난 이렇게 생각하는 놈이다. 그리고 여유가 조금이나마 있는 지금이 그 때라고 생각할 뿐이다. 내년은 그 녀석을 이용해 곱절의 곱절을 빼먹을 각오를 하고 있으니까.
* 저 말한 분의 논지 자체는 옳다곤 말할 수 없지만, 사회 구성원 태반의 사고방식이 그러하기에 뭐라 할 생각은 없습니다. 괜히 동조한다고 저분을 매도하진 마세요. 편들어달라 쓰는 게 아니라 답답해서 늘어놓은 거니까. 이 글도 순전히 제가 이렇게 생각한다는 선이니까. 그리고 너라고 복제 안 썼냐 하실 분 분명 있을 듯해서 미리 한 마디 던져둡니다. 글에도 썼지만 난 최대한 내가 할 수 있는 한 해 왔다. 그리고 지금 그 마지막 딱지를 떼려고 하고 있어. 그게 답이다. 난 너처럼은 안 사니까, 부디 조용히 가라.
* 실은 길게 쓸 거 없이 이거면 되는데. 투표 않고 정치 욕하는 것만큼 꼴불견이 없는 것처럼, 복제 쓰면서 욕해봐야 허무할 뿐이니까. 최소한 밥벌이하는 사람만은 정당화해선 안 된다는 것도 있고. 그저 지금 속이 좀 타는 김에 줄줄줄 써 봤다.
* 언젠가 내가 싸우기 싫어하는 부분을 지적하던 이들이 있었다. 그러나 난 15살 넘은 인간이 누가 말해서 한 순간에 생각을 바꿀 수 있으리라곤 절대로 생각 않기에 싸워서 고쳐줄 생각도 않는다. 시간을 오-래 들여서 개조할 수 있으면 모를까, 특히나 어른이라는 이들의 굳은 생각은, 나를 포함해서 쉽게 바뀌지 않는다. 싸워봐야 나만 지친다. 할 수 있는 건, 나부터 잘 하는 것 뿐. 그리고 바꾸는 단초가 될 수 있는 작업을 해 나감으로써 뒤따라오는 세대들이 바라볼 수 있게, 또 그들에게 부끄럽지 않게 하는 것 뿐. 그러나 싸워서 바꿀 수도 있긴 하다. 부정하진 않겠는데 난 더 이상 못하겠다. 지쳐서. 결정적으로 내가 여전히 그럴 수 있다고 믿었다면, 지금쯤 내 아버지는 한나라당을 반대하고 계셔야 한다. 조중동도 끊으셨어야 한다. 난 못했거든.
* 그래봐야 '무능한 가장'론에는 어떤 이야기도 개소리가 되니까 난 어쨌든 꿋꿋하게 성공해내야 한다. 이명박이 당선될 수 있었던 이유가 - 제아무리 상식적으론 말이 안되지만 현실에서 통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무능한 가장'론 아닌가. 애초에 납득할 이유도 필요도 없는 거지만 그게 현실이라면 난 현실 속에서 내 방식으로 성공해낼 수밖에. 힘들다. 그렇지만 내가 스스로에게 빚지는 게 더 괴로워서 난 바보짓을 저지르고 말겠다. 하지만 예시를 이런 걸로 들면 온전한 대화는 사실 힘들다. 그래서 난 이런 땐 그냥 입을 닫는다. 대화하고 싶으니까. 싸우고 싶지 않으니까. 그게- 비록 비겁할지언정.
# by | 2007/12/27 05:13 | 삶의 흔적들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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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복제가 문제가 되는건 구하기가 너무너무 쉽고 정품구입은 오히려 힘들다는것이 문제가 아닐까요? 예를 들어 일본애니 "카라스"를 한국에서 보고싶은사람이 합법적으로 보는방법은?? 자막도 없는 수입dvd를 구해야하는거잖아요... 아직 과도기인겁니다 ^ ^
인터넷에서 검색해봐도 불법 루트에 대한 답은 금방 찾지만 정품 구입 루트를 찾기는 불법 루트보다는 어렵거든요. 분명히 찾으면 나오지만 얼마나 금방 찾아지느냐. 그 정도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애초에 정품 구입을 생각안하는 사람이야 정품 구입 루트를 먼저 표시해도 구입을 안하겠지만 말이죠.
마나각 님) 개인사용자들을 배려 않는 건 확실하죠. 그렇다고 복제를 쓰자고 할 순 없으니까요. 개인사용자들의 복제라면 모를까, 최소한 이걸로 밥을 벌어먹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 또한 그렇기 때문에 이리 고민 중이고요. 게다가 저도 사업자등록을 한 상태기도 하니까… 하지만 정품구입은 생각보단 쉽습니다. 다나와에서 쇼핑몰 검색한 후 주문하면 끝이니까요. P2P보다야 쉬운 게 어디있겠습니까만, 비교할 게 아니잖아요. (…)
양세종 님) 마나각 님께 단 답에서도 언급했지만 사실 프로그램 사는 건 컴퓨터 부품 사는 것만큼이나 쉬워요. 비교대상이 P2P라 그렇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