밉살맞아.

남이 기껏 고민을 해서 이러이러한 걸 어떻게 하기로 했다-라고 하면 아무렇지도 않게 그거 말고 이런 걸로 하는 게 좋다고 툭 내뱉는 사람.

내가 해 봐서 아는데.

이러저러 해서 이렇다니까.

해 봤다니까.

아니 이런 조건이라고.

아 글쎄 해 봤다니까.

이야기 끝.

자기 기준점과 자기 경험치가 절대적이면.
사안을 앞에 두고 판단하는 기준점이 딱 하나밖에 없다.

자기 말이 옳(았)다는 걸 증명하는 것. 그러기 위해 결정 이후엔 남의 실패를 기다리게 된다. 나중 가서 '내 말이 맞잖아' '내 말대로 됐잖아' 한 마디를 던지기 위해서. 그리고 경험적으로도 알지. 그게 자칫 실패할 확률이 제법 높다는 걸.

상대 기분이나 상황 따위 알 게 뭐야. 난 옳은 소리를 하고 있는걸.


...................


테이블 하나 고르는 걸로 속을 좀 썩는다. 동생 녀석, 내가 왜 고르게 됐나는 아예 보지도 않고 사진하고 글 끝머리만 본 모양이다. 바닥에 앉아서 먹기 싫댔더니 마음 접고 바닥에 앉아서 먹는 밥상을 사란다. 기껏 하나 더 변명한다는 게 엄마도 이건 좀 아니래-다.

참, 나쁜 버릇이 들었다. 그 물건이 어떤 소재고 무게가 어느 정도고를 고민한 내 시간은 그냥 쓸데없는 게 된 거지. 안 그래도 이런 식으로 나오는 사람들을 만나거나 심지어 결정권자라면 아예 닥치고 그냥 하잔대로 하는 게 속이 편하단 걸 알지만(끝까지 옳(았)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이야기가 길어지거든), 가족이라서 그냥 넘어가기가 힘드네. 물론 그런 방법이 필요할 때가 있긴 있지만, 난 상대가 쌓을 경험치를 빼앗는 사람은 가던 놈 약해 보인다고 쳐죽이는 것보다 더 나쁘다고 생각하는 부류다. 정말정말 감당 못할 정도의 리스크가 아니라면 당하더라도 일단 직접 하게끔 안배하는 게 맞다. 높은 확률로 실패할 수 있지만, 높은 확률로 나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외면해선 안 된다. 게다가 그 어떤 물건도 그 어떤 사항도 처음 상정했던 목적이나 방향 외로 가게 된다. 그건 시간이 흐르면서 어쩔 수 없다기보다도 당연한 거다.

어떤 사안에서든 그렇지만, 쓸 사람, 일 할 사람, 움직여야 할 사람은 따로 있다. 책임져주지 않거나 자기 돈을 낼 게 아니라면 의견도 아니고 참견을 하는 건 옳지 않은 거다. 의견과 참견의 구분점이 뭐냐 묻는다면, 딱 하나다. 이야기 중심에 자기 자신을 놓지 않는다. 그 이야기의 중심은 이야기를 들어야 할 사람이다. 화두는 그쪽에 맞춰야지 '내'가 아니거든. 내가 옳고 내 생각이 맞는 건 지금은 중요하지 않거든. 전제조건일순 있어도 드러낼 건 아니거든. 그건 예의가 아니다. 굳이 말해야 한다면 단정이 아니라 내 생각은 어떤데-라면서 접근하는 게 예의지.

동생은 나이에 비해서 능력이 정말 뛰어난 아이다. 나 같은 머리로는 상상도 못할 성과도 일찌감치 내고 있다. 하지만 가끔 이런 식으로 사안에 접근하는 건…… 정말 무섭고. 테이블이니 뭐니 이전에 그 태도에 화가 난다.

못난이 어른 흉내를 내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너나 나나.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결론은 같다. 다른 사람을 아래에 두지 마.


...................


그래서 결론? 저 테이블 산다. 플라스틱 외장에 철제 다리니까 삐걱거리는 소리도 좀 날테고 감촉도 그리 좋은 편은 아니겠지만. 그 이외의 경우로는 3~40만원이 훌쩍 넘어가는데다 무게는 더 나간다.

나라고 튼튼한 거 안 갖고 싶고, 나라고 나무보다 플라스틱이 좋겠냐고. 현실에 맞추고 맞추고 맞춰서 선택한 차차차차선책인 거다.

그러니, 어떤 사안이든 함부로 남의 결론을 '낭비'라 말하지 마.

by 서찬휘 | 2007/12/15 18:33 | 삶의 흔적들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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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烏有 at 2007/12/15 18:53
남의 선택은 다 그르다고 우기고싶은거겠죠.
뭐 별사람 다있습니다.
실패하건말건 그건 그사람일인데말이지요.
Commented by 서찬휘 at 2007/12/15 19:16
죄송합니다. 동의를 구하자거나 같이 화내달라고 쓴 글은 아니랍니다. 그냥 그런 상황. 아시죠? 말씀 남겨주신 점은 고맙습니다.
Commented by 양군 at 2007/12/16 18:01
틀린 것은 없고 다른 것일 뿐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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