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 작품 중 100편 고르기

한국만화 100주년 기념으로 해외에 홍보할 만화 100편을 선정하는 작업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문제는 2500 작품 중에 100편을 골라야 한다는 거. 저한테는 또 선정을 위한 프로그램 베타테스터 역할까지 부탁을 해 와서 이것저것 시험해보다가 기가 다 빠질 지경입니다.

아우. 정신 나갈 것 같아요. 어렵습니다. 이걸 넣고 이걸 빼고, 나는 좋아하지만(또는 별로지만) 해외라는 걸 감안했을 때 먹힐 부분-같은 것도 고민되고. 그렇다고 지나치게 검증된 작가만 넣을 수도 없고. 한편으로는 밀어주고 싶은 사람도 있고. 이런 데에서 안 밀어줘도 알아서 밀고 나가고 있는 분도 있고(…임달영 씨 같은 경우). 그러니 만감이 교차하네요. 뭘 넣고 뭘 빼야 하나.

뭐, 심사위원이 스무 명이니 아마 제가 바라는 대로는 절대로 안 가겠지요. 제가 누구를 올리면 좋겠다 싶어도 아무래도 '한국 대표작 100선'이란 의미를 부여하려 든다면 무게감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지금껏 해외 반응 등을 살펴보건대 꼭 내러티브가 출중해야 한다 식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스타일이 독특하거나, 그네들이 보지 못했던 것을 보여줄 때, 또는 자기네 감수성에 맞는 그림인데 이야기의 감성 자체는 동양적이거나. 그런 경우 서양에선 좋아했던 것 같습니다. 일본 쪽은 이야기가 좀 다르긴 하지만… 여기서의 해외 홍보는 아마도 영어권과 프랑스어권이 중심인 모양이니 그에 맞춰야겠죠.


어렵습니다. 어려워요.


* 실은 고를 때보다, 골라놓고 빼야 하는 게 더 힘들어요.
* 게다가 한 작가당 한 작품이라는데 그야말로 왜 날 브레이끼-. 온/그린빌/마니 중에서 하나를 고르라는 거랑, 데트/디오티마/정진 사이에서 하나 고르라는 거에 이르러서는 정말 머리에 쥐가 나네요. 꽥.

by 서찬휘 | 2007/12/10 14:09 | 만화/만화영화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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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이형진 at 2007/12/10 15:42
데트/디오티마/정진 사이에서 하나 고르라는 거는... 정말 '아빠가 좋아, 엄마가 좋아?' 수준을 뛰어 넘는 심각한 고민이군요...
Commented by 시바우치 at 2007/12/11 00:57
지금까지 외국에 출간된 한국만화에 대한 평을 살펴보면, [일본만화에는 없는 무언가]를 많이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실제로 들어가는 작품은 독자층을 고려해 그네들이 보기에 일본 판타지, 액션만화스러운 것들이 많이 선정되지만...) [아일랜드]에서 유니크 코리언 몬스터를 기대했다가 낯익은 에일리언이 나와서 왕실망했다는 평도 읽은 적 있고(...)
개인적으로는 좀 뻔하지만 [도깨비 신부](일본식 퇴마물, 요괴물에 대한 진정한 한국식 대답) [입시명문 사립정글고등학교](무려 학생과 교육을 다루는 학원만화) [고우영 삼국지](삼국지에 대한 어쩌면 한국 최초의 독자적인 해석. 게다가 그림이나 개그나 엄청난 센스.) [십자군 이야기](다소 좌파적 색채가 강하기는 하지만 현재에도 이어지는 전쟁과 인간적 어리석음에 대한 통찰력. 워낙 서양애들은 이슬람 뭔가하면 떼로 몰려드니 이쪽 방면으로도 홍보 가능.) 여러가지 의미로 자성적인 수정주의적(??) 추억의 속편인, [V]와 [공룡 둘리에 대한 오마쥬], (물론 [아기공룡 둘리] 본편이야 당근...) 김진태님 작품 뭔가 하나, [럭키짱] (....한국 만화계에 있어서 도저히 빼놓고 말할 수 없는 김성모의 존재감...) 정도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현세 만화는 절대로 무슨 일이 있어도 [공포의 외인구단]이어야 합니다. 시대를 풍미한 명작이란 것도 있지만 다른 만화들이 많이 거시기 해서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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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capcold at 2007/12/11 11:23
!@#... 아직도 "한 작가당 한 작품" 룰 따위 허접한 안배를 지향하는 발상을 하고 있다니, 일찌감치 제대로 된 결과에 대한 기대를 접어야겠습니다.
Commented by 烏有 at 2007/12/11 15:49
걍 대범하게 800편정도 찍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보시는가요........근데 800편도 좀 적을라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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