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산업 잘 되려면 필요한 건.

아마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내가 이런 소리 하는 거 자주 들었을 거다. 만화 뿐만이 아니라 문화산업 전반이 잘 되려면 일단 그 주요 소비층 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는 계층, 즉 10대~20대 중반 연령대 사람들이 맘편하게 무언가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거. 초등학생이 학원 등을 돌다 저녁 11시에 들어오는 판에 얼어죽을 문화산업. 대학 중심의 교육환경부터 때려잡지 않는 한 문제가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건 분명하다.

단, 그거랑 불법복제 문제는 또 별개로 짚고 넘어가야지. 하드웨어 바뀌었으면 드라이버도 업그레이드해야 하고 프로그램도 신버전 깔아야 하는 법이다. 잘못 저질렀으면 혼내는 게 맞다. 지금은 그 과정이다. 하나를 빼고 하나만 강조하는 건 위험하지만 그렇다고 무엇이 선결과제라고 볼 수는 없다. XP가 좋다고 128메가 램 달린 셀러론 266에 냅다 깔면 컴퓨터 맛 간다.

아이들에게 자잘못에 얽힌 개념은 잡아줘야 한다. 몇 놈 확실하게 개박살 내서라도 경고할 부분은 경고해야 한다고. 안 그러면, 뻑하면 걔들도 피해자란 소리 할 건가? 그렇게 따지면 우리는 잘못된 교육제도의 피해자고 우리가 88만원 세대가 된 것도 (백수라면) 직업 못 얻는 것도 다 사회의 문제다. 굳이 도망갈 구석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인정할 부분은 인정하고 가야지. 제아무리 뭐가 문제네 뭐가 문제네 해 봐야, 사실 간단하다. 우리는 뻑하면 도둑질을 하는 나쁜 놈이다. 논리로 그걸 부정하려 들지 말고 나쁜 놈 안 되기 위해 노력하자는 게 더 현실적이다. 억지로 나쁜 놈 안 만들 게 아니라.

여하간 요즘은 어줍잖게 논술만 가르쳐놔서 애들 변명기술만 늘었다니까. 썅. 물론, 학습만화 하나 던져주고 끝~이라는 무책임 엄마 아빠들도 문제지만… 정말, 변명하지 않는 아이들이 보고 싶어.

* 「쉬면서 노는 학교」는 정녕 꿈일런가.

* 그래도 분명한 건 있다. 불법복제가 뿌리 뽑힌다고 무조건 시장 활황세가 되리라 기대하는 건 노무현이 당선되면 세상이 바뀔거라 믿었던 사람들의 기대만큼이나 부질없는 일이거든. 나처럼 애초에 사람 하나 바뀐다고 상황 끝-이라 믿으며 멋대로 기대하는 놈들이 바보다라고 생각하고 있으면 변해가는 과정도 즐길 수 있지만, 5년간 상황은 앞뒤로 기대 망가졌다고 울분 토하는 말병신들 뿐이더라. 그 나이 먹고도 그걸 몰랐수? 멋대로 실망스러운 부분이 지나치게 크면 자기도 망가지는 거지. 저으기 공씨 성 지닌 원로양반처럼.

* 다만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일에 관해서는, 감수해야 할 부분이란 게 있다. 중간의 시행착오도. 이번의 솔로몬 같은 곳의 삽질이 그 중 하나겠지. 애 죽은 건, 죽은 애한테 잔인한 말이지만 그건 명백하게 죽은 게 잘못이다. 이 역시 별개로 놓고 봐야지. 제재가 지나친 건 잘못이겠으나 해야 하는 건 해야 하는 것. 솔로몬이란 곳은 분명 어느 정도 방향을 조정할 필요가 있겠으나- 그 상황에서 냅다 죽은 것 또한 명백히 잘못이다. 왜 죽었니 넌.


아닌 게 아니라 1주일에 한 시간이라도 공부가 아니라 엄마 아빠랑 같이 책 읽고 이야기나누는 정도의 여유만 보여줄 수 있어도 애들은 비뚤어지지 않는다. 모르는 데에서 하드 속에 불법스캔만화와 야동 쟁여놓기보다 이야기가 고파서 거실로 나오는 아이, 충분히 현실적인 대안 아닐까 싶은데. 엄마 아빠가 바쁜 거야 당연하지만, 그래도 드라마들은 잘 챙겨보더라?

그리고 거창한 캠페인 아니라도 좋으니 드라마 같은 데에서 지금 문제되는 부분들을 저지르는 애를 냅다 발라놓는 장면들이 지속적으로 노출되어봐라. 뜨끔해서라도 안 하게 될 거다. 문제는 드라마고 소설이고 만화고 작가라 하는 이들도 하는 사람은 징하게 한다는 거 아닌감. 담당자들도 매한가지고. 심지어 나 내려받았다고 자랑까지 하잖아들. 이런 이들 보면 할 말이 정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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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리고 사실.

이러이러하고 저러저러하니까 네가 책 한 권 산대서, 불법복제 때려잡는대서 만화시장 좋아지는 거 아니라니까?라면서 이 핑계 저 핑계 지랄지랄하는 사람보단 닥치고 그냥 '좋아서 한 권 산다'라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게 좋아. 만화 시장을 위해서 사는 게 아니라 좋아하니까 사는 것. 아-무 이유 없어.

그저 시니컬이랑 시건방 정도는 구분하고 사는 사람이 되자. 그것만 해줘도 세상은 평화롭다.

by 서찬휘 | 2007/11/29 13:42 | 세상 바라보기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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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DSmk2 at 2007/11/29 14:11
밑에서 세번째 단락의 말씀은 좀 슬프네요.
Commented by 서찬휘 at 2007/11/29 14:41
죽은 아이에 관해선, 저게 제 진심입니다. 안타까움과 드러난 문제와는 별개로, 죽은 게 무슨 감투라도 되는 분위기는 사양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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