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님 구하러 삼만리 #2

전화번호를 남겨놨던 부동산에서 연락이 왔다. 방은 많이 봐 둬야 눈에 익게 마련. 그래서 가 보았다. 영등포구청역 근처였다.

일단 오피스텔은 아니었지만… 엊그제 본 것들보단 훨씬 넓었다. 방 2개고, 욕실 넓고. 그럭저럭 볼만은 했으나… 결국은 돌아나오면서 여긴 안 되겠다 싶었다. 일단 건물에 들어서면서부터가 영 깔끔하지가 않았고, 베란다가 있다곤 하나 창 크기나 볕이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조건으로 보자면 참 좋은 집인 건 맞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 꺼림칙했다고 할까.

조언해주신 분들의 말씀을 들어보면, 돌아다니다보면 "아 여기가 내 집이야"하는 느낌이 오는 곳이 있다고 한다. 엊그제 봤지만 돈이 안 맞았던 그곳이 사실 그런 느낌이었다. 오늘 본 곳은… 글쎄. 왠지 밝게 지내기가 어려울 듯한 느낌? 부동산 할아버지는 좋다, 이만하면 좋은 거다, 다가구와 비교가 안 된다 하면서 바람을 넣는데 이 할아버지는 바로 이틀 전엔 다가구 설명하면서도 똑같은 레퍼토리를 읊었었다. (……) 뭐 그런 장사니까 그러려니 하자.

여하간 아쉽지만 마음을 접고 돌아나왔다가… 몇 곳만 더 보자는 심산에 일단 합정에서 내려 죽 걸었다. 그쪽의 부동산 사무소를 들어가 안내받은 곳은 홍대와 합정 사이쯤 있는 복층 오피스텔. 내가 찾던 스타일이 복층 오피스텔이었지만 실제로 보는 건 처음이었고, 가격대가 맞는데다 17평이라길래 약간 기대를 했다. 근데 좁더라. 실평수가 9평은 되려나? 위가 넓고 아래가 좁은 구조라서 잠자긴 참 좋을 듯한데 일을 하기엔 책상 하나만 놓아도 꽤 좁을 듯한 상황. 아하 복층형 오피스텔이란 게 이런 분위기구나 싶었다. 아래가 조금만 넓었어도 계약을 할 뻔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좁네. 게다가 윗층에 오르내리는 계단이 너무 얇아서 위험하더라. 이게 무슨 2층 침대 오르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앞서 본 그 방보다는 건물 들어설 때의 느낌이 훨씬 깔끔했다. 약간의 이정표가 선 느낌이다.

그리고 나서 망원역에 당도해 다시 한 군데. 이쪽엔 내가 제시한 가격에는 방이 없다지만 이야기를 듣더니 성향은 대충 파악을 했다면서 전화번호를 남겨놓으란다. 뭐, 연락 오겠지. 그리고선 돌아나와서 '만약 망원에서 홍대까지 걸으면 어느 정도 걸리나'를 파악하려고 죽 걸어보았다. 12분 걸리더라. 이 정도면 전철 타고 합정서 갈아타느니 그냥 걷는 게 훨씬 빠르겠다. 자전거 타면 7분이면 가겠던데.


방이란 게 정말 조건이 맞아도 마음에 영 안 맞으면 거기서 살 생각이 안 드는 게 있더라. 엊그제 도와주셨던 재희 누나에게 방 구하는 거 힘들다고 문자 보냈더니만 "어렵지. 그래도 애인 구하는 것보단 쉬워"라시길래 와하하 웃고 말았다. 마침 근처에 간 김에 강도하 작가님께 문자 한 번 보냈더니 전화 하셔선 망원 시장 쪽도 알아보라시길래 밝을 때 한 번 다시 그쪽으로 가 보려고 하고 있다. 어쨌든 조금 넓은 공간이 있으면 좋은 거니까. 끈기 있게 찾아 보아야겠지. 때 될때마다 나가봐야겠다.

그나저나 강 작가님도 그렇고 아는 누나도 그렇고. 가능하면 지금 있는 데 근처에 있으면 좋겠다고 하시네. 강 작가님은 강 밑으로 내려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하시고 누나는 멀리 가면 일도 그렇고 만나기 더 어려워질 거라면서 가능하면 근처로 가라시는데… 요 동네가 원체 비싸야 말이죠(……). 그래도 아껴주는 이들이 있어 기쁘다.

여하간 조금 더 걷는 걸 감안하면 근처에 살더라도 조금 더 떨어뜨릴 수 있을 듯하긴 하다. 뭐 넉넉잡아 15분 정도 거리면, 지금 살고 있는 동교동 쪽에서 홍대 나가는 거리보다 두 배 정도만 더 걸으면 되는 거니까 조금만 더 부지런해지면 되겠지.



........


참. 오늘 정말 재밌었던 게.

영등포구청 쪽 부동산 할아버지와 길을 걷고 있는데 웬 나이트클럽이 트럭을 다섯 대나 동원해선 광고를 하면서 지나갔다. 그걸 보더니 이 양반 "민주주의가 좋긴 좋아"란다. 왜냐 물으니 전두환 때엔 클럽 같은 걸 못했었다나. 민주주의 만세구나. (…)

by 서찬휘 | 2007/11/22 20:33 | 세상 바라보기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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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별밤 at 2007/11/23 10:33
역시 시대의 흐름을 어르신들 만큼 잘 아는 분들이 없는 건가요;;
조금씩 집구하기가 윤곽이 보이는 듯 하네요. 맘에 드는 집 고르시길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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