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하 작가님을 만나뵙고 왔습니다.

갑자기 기온이 떨어져 안부를 여쭈었더니 차 한 잔 하지 않겠는가 물으셔서 우홋, 하고 댁으로 찾아갔습니다. 근처거든요.

왜인지 오늘따라 제 말이 많이 꼬이긴 했지만, 청자로서는 역시 좋은 말씀을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화하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여전히, 그리고 지금도 속에 '분노'라는 불덩이를 품을 줄 아는- 아니, 품고 있는 사람 앞에서, 그보다 10살은 어린 주제에 현실 속에서 시끄러운 걸 피곤해하기 시작한 아이가 그저 작게 앉아 있었다.

…라는 느낌이랄까.




어떤 점에선 강 작가님 말씀마따나 패배주의의 한 단면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겠죠. 물론 강 작가님과 저는 방향 자체가 조금 다르고 각자 방향에서 자기 길을 가겠지만, 오늘은 조금 부끄러웠습니다. 어린 주제에 할 생각은 아닌 것 같아서 말이죠.

혈기-와 정열-과 분노-라는 표현은 빠지고 점차 각오로써가 아니라 침체로써의 독기만 가슴 속에 쌓고 있는 기분이 들던 차에… 오늘 나눈 대화들은 이래저래 많은 생각을 하게 합니다.


그나저나 인터뷰가 아니라, 정말 개인적인 대화에서 얻을 수 있는 이야기들이 더 진국인 건 맞는 거 같아요. 피가 묻어나거든요. 찐득찐득. 다만 어제 시드노벨 사장님 뵐 때도 생각한 거지만 담배 많이 피우시는 분들과 만나러 갈 때엔 각오를 단단히 하고 가야겠습니다. 배려를 정말 많이 해 주심에도 불구하고 비흡연자인 저로선 '오늘은 죽자' 모드가 될 수밖에 없거든요. 핫핫핫. (……)

by 서찬휘 | 2007/10/20 20:32 | 삶의 흔적들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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