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이런저런.

1.



지금 입고 있는 겉옷과 쓰고 있는 모자가 얼마 전 주웠다고 했던 그 녀석들입니다. 전 주인이 어지간히 골초였던 모양인지 담배냄새에 푹 절어 있었던 걸 빨고 또 빨아 가까스로 몸에 걸칠 수 있을 만큼으로 돌려놓았습니다. 겉옷은 목덜미 부분이 뜯겨 있어서 수선을 맡기긴 해야겠지만, 이만하면 겨울까지는 적당히 입을만 하겠어요. 자정무렵에 잠시 이 차림으로 돌아다니다 왔습니다만 안 추웠습니다. 문제가 있다면 좀 작다는 거죠. 속에 뭔가를 껴입기가 조금 어려울 듯합니다.


근데 지난 번에 건진 녀석 중엔 저거 말고 모자가 하나 더 있죠. 개인적으로는 이쪽이 더 맘에 들긴 합니다. 까맣거든요.


2.

자정 무렵의 홍대 앞은 진짜 재밌습니다. 오늘 재밌었던 일화 두 개 소개할게요.

1) 터벅터벅 걷고 있는데 어떤 양복차림 아저씨가 헐레벌떡 뛰어 저를 앞질러 가더라고요. 뭔가에 쫓기듯이 도망치길래 뭔가 했는데 뒤이어 야이 썅X 새끼야 하는 소리와 함께 참으로 캐쥬얼한 차림을 한 할아버지가 막 달려오십니다. 기운도 좋으시지. 근데 손에 들고 있는게 참 무시무시하더군요. 칼이냐고요? 아닙니다. 무려 거꾸로 잡은 정종병이었습니다. 저걸로 머리 까면 그대로 골로 가겠구나 싶을 정도였죠.

2) 언젠가 만화 원작을 맡을 일이 있다면, 아니면 일러스트를 발주할 일이 있다면 꼭 넣고 싶은 장면을 봤습니다. 5번 출구로 올라가는 계단, 제 앞에 있던 두 아가씨가 참 인상이 깊네요. 둘 다 치마를 입고 있었고, 그 치마 안이 보이지 않게 하기 위함인지 왼쪽 아가씨는 왼손, 오른쪽 아가씨는 오른손을 뒤로 돌려 가방으로 엉덩이를 가리고 있었어요. 그리고 각기 오른손과 왼손으로는 서로의 손을 꼬옥-잡고 있었죠. 그것도 무려 팔짱을 껴서. 그 모습이 왜 그리도 귀여워 보이던지요. 여자들은 좋겠어요. 저렇게 사이좋은 모습도 연출할 수 있고. 남자끼리 저러면…아이고.

by 서찬휘 | 2007/10/12 00:56 | 삶의 흔적들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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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마법고냥이 at 2007/10/12 01:09
그 두 여자분이 연출하신 장면, 제가 매우 싫어하는 장면이군요. 목격하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흐흐.
Commented by 양군 at 2007/10/12 12:26
정종병 무섭죠. 후덜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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