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0월 11일
가정을 갈라놓는 정치
…라고 쓰면 좀 웃기고. 왜냐하면 정치가 가정을 갈라놓는다기보다는 그저 사람이 정치를, 아니 사회와 시대를 볼 줄 모르는 거니까.
우리 아버지로 말할 것 같으면 아침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를 보고 가게에 나가선 조선일보까지 챙겨보는 양반으로- 젊어서 능력이 너무너무 좋으셨던 나머지 자신감이 워낙 넘쳐 흘렀지만 영삼이 개새끼 이후 불어닥친 IMF 등 시대가 그런 자신감을 꺾어놓으면서 김대중 노무현 일당을 향해 저주를 퍼붓는 걸로 소일거리를 하시는 '곧 있으면 60대'가 되겠습니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죠? 그게 저희 가정의 일상 풍경입니다. 뭐 지금 전 나와 사느라고 그 모습을 안 볼 수 있긴 합니다만.
간단히 말해 전쟁을 직접 겪지 않은 전후세대로서 시대가 저질러놓은 굴곡 사이사이를 지나며 성장했고 젊은 선각자들이 시대를 만들기 위해 목숨 걸고 싸움을 하던 때 열심히 일을 하셨던 '대부분의 일반인' 중 한 명입니다. 전기도 채 안 들어오는 시골에서 당시 서울의 은행원을 하실 정도라면 머리는 정말 비상하셨던 셈이고, 당시 기준으로는 정말 올라갈 수 있을 만큼 올라간 셈이었습니다. 정말 돈이 없어서 대학을 못 간 게 한이었을 뿐이었던 분이었죠.
그렇지만 당시 시대가 박정희와 전두환이라는 개새끼 중에서도 말종인 개새끼들이 쥐락펴락하던 시대였다는 점을 감안하자면, 열심히 일한 그 젊은 날의 노력과 성취만큼이나 당신의 동년배 혹은 후배들이 바랐고 또 그걸 위해서 몸을 던졌던 부분 또한 무척이나 이 나라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제 와서 책 읽듯 정리하는 후학으로서야 쉽게 말하는 듯할 수 있겠지만, 그 시기를 극복하려 들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버마 사태와 똑같은 꼴을 여지껏 겪고 있어야 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또 바뀌고 또또 바뀌면서, 그저 열심히 일하며 바쳤던 청춘과 다른 길을 걸었던 엇비슷한 또래들을 이 어르신은 반항만 했던 빨갱이 주제에 정치판 씩에나 끼어 든 이들로만 보고 있습니다. 노무현은 그 우두머리에 불과하고 말이죠.
돌이켜 보건대 우리 아버지 세대와 현재 비 한나라당 계보에 놓인 정치인들의 연배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리면 어렸죠. 제가 좋아하는 유시민 의원은 아직 50도 안 됐습니다. 그러니 '동시대를 다르게 살았던 이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향해 아무렇지도 않게 '일도 안 했던 빨갱이들 주제에'라며 경멸하고, 현재 늙은 몸 말고는 정말 아무 것도 남지 않은 자기 자신의 위치를 보며 이 시대에 남아 있는 50대 남자의 자존심 하나만으로 살고 있는 모습을 아들인 저는 처량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그저 질투일 뿐이죠. 그 시대에 정말 돈 없다는 이유로 대학에 못 간 사람으로서 대학 들어가서 공부 않고 돌 던진 건 용납할 수 없는 추태라고 멋대로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그 때의 돌이 훗날 연대 사태 때의 그 돌과 무게가 같지가 않을 텐데 말이죠. 여기에- 노무현에 이르러서는 참 난감합니다. 우리 아버지, 상고 출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을 향해선 못 배운 놈이 저 자리에 가서 그렇다며 화를 내십니다. 이렇게까지 누워서 침 뱉기에 불과한 그 모습을 자식이 어찌 쳐다봐야 할까요.
현재 정치권에 진입한 그들과는 달리 살았던 아버지 세대의 과거를 '싸워야 할 때 싸우지 않은 채 자기 이익만 챙겼다'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아버지 세대들은 참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러나 시대를 인정하질 않는 모습을 자식세대에 보여줘선 안 되었습니다. 역사를 이룬 건, 시대를 이끌고 흐르게 한 원동력은 단지 자기들만이 낸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적어도 아이들이 다니던 유치원에 전두환 영정(!)이 걸리고 그 앞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해야 했던 비참한 현실이 사람 살 모습이 아니었다는 것 정도를 생각할 수 없었다는 것만으로도 사실 문제라면 문제였지만, 모른다면 적어도 그걸 문제라 하는 사람을 질시해선 안 되었죠. 그렇게 1987년이 지나, 1998년이 왔고, 2002년을 지나 지금은 2007년입니다. 그 오랜 시간 아이들이 머리가 굵어 자기 머리로 다시 시대를 생각하고 있는 시점, 우리 어르신은 지금까지도 '빨갱이 새끼들'을 욕하며 사회를 향해 개탄합니다.
아버지와 같이 오로지 삶을 위해 사셨던 분들을 보며 안타까운 건 상투적이긴 하지만 '이들이야말로 피해자'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빨갱이' 관련해서 들었던 가장 괴로운 말은 이거였죠. "위에서 쳐들어오면 먼저 죽창들고 가족부터 찔러 죽일 놈이야" 우리 아버지여서 이런 말이 나왔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같은 수위의 발언을 하루가 멀다하고 주입하고 가르치는 족속들이 널리고 널린 게 현재 우리 사회고 비단 우리 아버지 뿐만 아니라 비슷한 이들 또한 상비군으로 양성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같은 가족을 향해서도 빨갱이에 물든 놈이네 아니네 하는 건 멋대로 간첩 혐의를 씌워놓고 재판 건 며칠만에 그대로 사람을 죽여놓은 바로 그 엿같은 시대의 산물입니다. 실제로 그 때엔 그 이유로 사람이 죽었고 온 가족이 도망자처럼 살아야 했습니다. 그 꼴을 봐야 했던 이들로서는 그 사고가 당연하기 때문에 전 아버지더러 뭐라 하기도 참 뭐합니다. 그저, 시대를 그렇게 만들었던 놈들이 여지껏 망령이 되서든 29만원을 무한리필해서든 '살아 있는' 현실 자체가 너무 괴로울 뿐이죠. 그리고 그 무리들이 잃었던 10년을 운운하고 있는 현실 자체도 납득할 수 없고 말입니다.
사실 아버지 세대를 '설득'할 여지는 없습니다. 사람이 죽어나가는 걸 봤다면, 그 자체만이 '사실'이니까요. 다만 저는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이 시대에 이르기까지의 과정도 나름대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역사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아버지 세대가 애처로울 뿐입니다. 그들의 비틀리고 현재 무시당하고 있는 '자존심'을 채워줄 수 있는 건 오로지 욕설과 증오 뿐입니다. 그렇게밖에 살아오지 못한 이들에게 '그것이 잘못되었다'라고 말하는 건 '이제 적당히 살고 그만 뒈져라'라고 말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그저, 악밖에 남지 않은 채 이젠 자기 일 할 생각도 못하며 과거의 영광을 되새길 뿐인 '가장' 역할극을 씁쓸히 지켜보며, 욕설까지도 감내하며 지금 이 시대에 맞는 방향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무조건 적응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면, 시대가 변한다는 사실 자체를 납득하지 않는 것 또한 어불성설입니다. 10년은 고사하고 1년 앞조차 내다보기 힘든 지금과 같은 시대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저는 적어도 흐름을 되새기며 앞을 내다볼 줄 아는 모습으로 늙어가고 싶습니다.
그 시대를 위해서. 일단 먼저 한나라당부터 죽이고 봐야 하겠습니다. 저런 개새끼들을 언제까지 살려둘 겁니까? 내 아버지 세대와 같은 피해자를 더 낳게 하고 싶지 않으므로 저는 그들을 반대합니다.
왜 이런 글을 썼느냐면.
본가 쪽에 신당 경선 투표를 위한 안내 통지문이 왔다는군요. 하필이면 아버지가 그걸 보시고서는 동생더러 화를 좀 내셨나 봅니다. 물론 투표하려는 건 접니다. 뜻대로만은 안 될지언정 한 걸음만이라도 앞으로 나가게끔 하기 위해서입니다. 울 아버지, 빨갱이들을 지지하는 빨갱이 자식놈을 용납할 수 없으셔서 참 고생이십니다만. 역시나 그런 욕설은 자식 앞에선 퍼붓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 망발을 뒤집어쓴 동생에겐 미안할 따름입니다.
덧붙여서. 한나라당을 반대한다고 무조건 통합신당에 표를 던져야 하는 건 아닐 거고. 민노당을 지지할 수도 있고 문국현을 지지할 수도 있겠죠. 저로서는 발목 잡는 일도 모자라 초치기밖에 하지 못하면서 결국 권영길이나 뽑는 악수를 둔 민노당이 영 아니꼽고 특별히 싫어할 구석은 없지만 평소 도무지 말도 안 되는 소리만 하고 있다고 여겨 온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 문국현 오빠 만세 분위기로 가길래 어느 지점에서 사고 차이가 나는 걸까를 고민하게 되고 있지만 그 어느 누구도 이명박과 한나라당만큼 인간이길 포기한 족속들은 아니라고 믿습니다. 몇몇 구석이 영 어수룩하지만 문국현 씨가 올라가는 결과가 나와도 별로 나쁠 건 없다고도 봐요. 적어도 이제 와서 이인제나 뽑아놓고 있는 민주당 멍청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놈들을 버리고 나온 게 시대의 선택이었다고까지 생각될 정도고 신당에서도 얼굴마담 말곤 한 게 아무것도 없는 멍청이 정동영이 되는 것보단 차라리 문국현이 낫지 않나 싶을 정도니까.
우야든동 각자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지지를 표하면 되는 겁니다. 다만 한나라당만 아니면 최악은 면할 수 있는 거죠. 네. 우습죠? 근데 그게 우습다고 하기가 좀 그렇네요. 이 나라의 비극은 정말 한나라당 개새끼들만은 죽여야 한다고 외치는 소리가 개소리가 아니라 사람 입에서 나오고 만다는 겁니다. 원래대로라면 이런 소리 하면 안 됩니다. 무조건적인 반대는 말이 안 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존재 자체가 악이므로 죽여야 합니다. 이 지독한 궤변이 진실일 수밖에 없는 현실, 그게 비극입니다. 비극.
.............
뭐, 한나라당 지지자로서는 못들어줄 소리인 건 알겠는데, 그래도 너네는 할 말 없다. 난 내 가족이란 이의 입에서 저런 소리나 하게 해 온 개새끼와 그 추종자들을 평생 용서 안 할 거니까. 너희의 거짓을 용납 안 할 거니까. 보기 싫거든 앵앵대지 말고 꺼지거나, 자살해. 아니면 한나라당을 떠나. 그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거면 그냥 내 욕을 뒤집어 쓰면 그만이야. 너희가 앞뒤 못 가리고 욕하고 있듯. 너희 따위의 증오와 분노가 과연 내 마음 속 응어리만 할까? 씨발 것들.
미리 말해두지만 기계적 합리, 중립주의자도 괜히 "반대한다고 해결될까요?" 같은 소리 할 양이면 입 닫고 그냥 가라. 난 지금 애들 장난 받을 생각 없어.
우리 아버지로 말할 것 같으면 아침마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를 보고 가게에 나가선 조선일보까지 챙겨보는 양반으로- 젊어서 능력이 너무너무 좋으셨던 나머지 자신감이 워낙 넘쳐 흘렀지만 영삼이 개새끼 이후 불어닥친 IMF 등 시대가 그런 자신감을 꺾어놓으면서 김대중 노무현 일당을 향해 저주를 퍼붓는 걸로 소일거리를 하시는 '곧 있으면 60대'가 되겠습니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죠? 그게 저희 가정의 일상 풍경입니다. 뭐 지금 전 나와 사느라고 그 모습을 안 볼 수 있긴 합니다만.
간단히 말해 전쟁을 직접 겪지 않은 전후세대로서 시대가 저질러놓은 굴곡 사이사이를 지나며 성장했고 젊은 선각자들이 시대를 만들기 위해 목숨 걸고 싸움을 하던 때 열심히 일을 하셨던 '대부분의 일반인' 중 한 명입니다. 전기도 채 안 들어오는 시골에서 당시 서울의 은행원을 하실 정도라면 머리는 정말 비상하셨던 셈이고, 당시 기준으로는 정말 올라갈 수 있을 만큼 올라간 셈이었습니다. 정말 돈이 없어서 대학을 못 간 게 한이었을 뿐이었던 분이었죠.
그렇지만 당시 시대가 박정희와 전두환이라는 개새끼 중에서도 말종인 개새끼들이 쥐락펴락하던 시대였다는 점을 감안하자면, 열심히 일한 그 젊은 날의 노력과 성취만큼이나 당신의 동년배 혹은 후배들이 바랐고 또 그걸 위해서 몸을 던졌던 부분 또한 무척이나 이 나라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제 와서 책 읽듯 정리하는 후학으로서야 쉽게 말하는 듯할 수 있겠지만, 그 시기를 극복하려 들지 않았다면 우리는 지금 버마 사태와 똑같은 꼴을 여지껏 겪고 있어야 했을 테니까요. 하지만 시대가 바뀌고 또 바뀌고 또또 바뀌면서, 그저 열심히 일하며 바쳤던 청춘과 다른 길을 걸었던 엇비슷한 또래들을 이 어르신은 반항만 했던 빨갱이 주제에 정치판 씩에나 끼어 든 이들로만 보고 있습니다. 노무현은 그 우두머리에 불과하고 말이죠.
돌이켜 보건대 우리 아버지 세대와 현재 비 한나라당 계보에 놓인 정치인들의 연배는 크게 차이가 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어리면 어렸죠. 제가 좋아하는 유시민 의원은 아직 50도 안 됐습니다. 그러니 '동시대를 다르게 살았던 이들'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들을 향해 아무렇지도 않게 '일도 안 했던 빨갱이들 주제에'라며 경멸하고, 현재 늙은 몸 말고는 정말 아무 것도 남지 않은 자기 자신의 위치를 보며 이 시대에 남아 있는 50대 남자의 자존심 하나만으로 살고 있는 모습을 아들인 저는 처량하게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그저 질투일 뿐이죠. 그 시대에 정말 돈 없다는 이유로 대학에 못 간 사람으로서 대학 들어가서 공부 않고 돌 던진 건 용납할 수 없는 추태라고 멋대로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그 때의 돌이 훗날 연대 사태 때의 그 돌과 무게가 같지가 않을 텐데 말이죠. 여기에- 노무현에 이르러서는 참 난감합니다. 우리 아버지, 상고 출신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무현을 향해선 못 배운 놈이 저 자리에 가서 그렇다며 화를 내십니다. 이렇게까지 누워서 침 뱉기에 불과한 그 모습을 자식이 어찌 쳐다봐야 할까요.
현재 정치권에 진입한 그들과는 달리 살았던 아버지 세대의 과거를 '싸워야 할 때 싸우지 않은 채 자기 이익만 챙겼다'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아버지 세대들은 참 열심히 살았습니다. 그러나 시대를 인정하질 않는 모습을 자식세대에 보여줘선 안 되었습니다. 역사를 이룬 건, 시대를 이끌고 흐르게 한 원동력은 단지 자기들만이 낸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적어도 아이들이 다니던 유치원에 전두환 영정(!)이 걸리고 그 앞에서 국기에 대한 맹세를 해야 했던 비참한 현실이 사람 살 모습이 아니었다는 것 정도를 생각할 수 없었다는 것만으로도 사실 문제라면 문제였지만, 모른다면 적어도 그걸 문제라 하는 사람을 질시해선 안 되었죠. 그렇게 1987년이 지나, 1998년이 왔고, 2002년을 지나 지금은 2007년입니다. 그 오랜 시간 아이들이 머리가 굵어 자기 머리로 다시 시대를 생각하고 있는 시점, 우리 어르신은 지금까지도 '빨갱이 새끼들'을 욕하며 사회를 향해 개탄합니다.
아버지와 같이 오로지 삶을 위해 사셨던 분들을 보며 안타까운 건 상투적이긴 하지만 '이들이야말로 피해자'이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제가 '빨갱이' 관련해서 들었던 가장 괴로운 말은 이거였죠. "위에서 쳐들어오면 먼저 죽창들고 가족부터 찔러 죽일 놈이야" 우리 아버지여서 이런 말이 나왔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같은 수위의 발언을 하루가 멀다하고 주입하고 가르치는 족속들이 널리고 널린 게 현재 우리 사회고 비단 우리 아버지 뿐만 아니라 비슷한 이들 또한 상비군으로 양성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같은 가족을 향해서도 빨갱이에 물든 놈이네 아니네 하는 건 멋대로 간첩 혐의를 씌워놓고 재판 건 며칠만에 그대로 사람을 죽여놓은 바로 그 엿같은 시대의 산물입니다. 실제로 그 때엔 그 이유로 사람이 죽었고 온 가족이 도망자처럼 살아야 했습니다. 그 꼴을 봐야 했던 이들로서는 그 사고가 당연하기 때문에 전 아버지더러 뭐라 하기도 참 뭐합니다. 그저, 시대를 그렇게 만들었던 놈들이 여지껏 망령이 되서든 29만원을 무한리필해서든 '살아 있는' 현실 자체가 너무 괴로울 뿐이죠. 그리고 그 무리들이 잃었던 10년을 운운하고 있는 현실 자체도 납득할 수 없고 말입니다.
사실 아버지 세대를 '설득'할 여지는 없습니다. 사람이 죽어나가는 걸 봤다면, 그 자체만이 '사실'이니까요. 다만 저는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이 시대에 이르기까지의 과정도 나름대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역사죠. 그렇기 때문에 저는 아버지 세대가 애처로울 뿐입니다. 그들의 비틀리고 현재 무시당하고 있는 '자존심'을 채워줄 수 있는 건 오로지 욕설과 증오 뿐입니다. 그렇게밖에 살아오지 못한 이들에게 '그것이 잘못되었다'라고 말하는 건 '이제 적당히 살고 그만 뒈져라'라고 말하는 것과 같기 때문입니다.
그저, 악밖에 남지 않은 채 이젠 자기 일 할 생각도 못하며 과거의 영광을 되새길 뿐인 '가장' 역할극을 씁쓸히 지켜보며, 욕설까지도 감내하며 지금 이 시대에 맞는 방향을 선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무조건 적응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라면, 시대가 변한다는 사실 자체를 납득하지 않는 것 또한 어불성설입니다. 10년은 고사하고 1년 앞조차 내다보기 힘든 지금과 같은 시대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저는 적어도 흐름을 되새기며 앞을 내다볼 줄 아는 모습으로 늙어가고 싶습니다.
그 시대를 위해서. 일단 먼저 한나라당부터 죽이고 봐야 하겠습니다. 저런 개새끼들을 언제까지 살려둘 겁니까? 내 아버지 세대와 같은 피해자를 더 낳게 하고 싶지 않으므로 저는 그들을 반대합니다.
왜 이런 글을 썼느냐면.
본가 쪽에 신당 경선 투표를 위한 안내 통지문이 왔다는군요. 하필이면 아버지가 그걸 보시고서는 동생더러 화를 좀 내셨나 봅니다. 물론 투표하려는 건 접니다. 뜻대로만은 안 될지언정 한 걸음만이라도 앞으로 나가게끔 하기 위해서입니다. 울 아버지, 빨갱이들을 지지하는 빨갱이 자식놈을 용납할 수 없으셔서 참 고생이십니다만. 역시나 그런 욕설은 자식 앞에선 퍼붓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그 망발을 뒤집어쓴 동생에겐 미안할 따름입니다.
덧붙여서. 한나라당을 반대한다고 무조건 통합신당에 표를 던져야 하는 건 아닐 거고. 민노당을 지지할 수도 있고 문국현을 지지할 수도 있겠죠. 저로서는 발목 잡는 일도 모자라 초치기밖에 하지 못하면서 결국 권영길이나 뽑는 악수를 둔 민노당이 영 아니꼽고 특별히 싫어할 구석은 없지만 평소 도무지 말도 안 되는 소리만 하고 있다고 여겨 온 사람들이 기다렸다는 듯 문국현 오빠 만세 분위기로 가길래 어느 지점에서 사고 차이가 나는 걸까를 고민하게 되고 있지만 그 어느 누구도 이명박과 한나라당만큼 인간이길 포기한 족속들은 아니라고 믿습니다. 몇몇 구석이 영 어수룩하지만 문국현 씨가 올라가는 결과가 나와도 별로 나쁠 건 없다고도 봐요. 적어도 이제 와서 이인제나 뽑아놓고 있는 민주당 멍청이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놈들을 버리고 나온 게 시대의 선택이었다고까지 생각될 정도고 신당에서도 얼굴마담 말곤 한 게 아무것도 없는 멍청이 정동영이 되는 것보단 차라리 문국현이 낫지 않나 싶을 정도니까.
우야든동 각자가 생각하는 방향으로 지지를 표하면 되는 겁니다. 다만 한나라당만 아니면 최악은 면할 수 있는 거죠. 네. 우습죠? 근데 그게 우습다고 하기가 좀 그렇네요. 이 나라의 비극은 정말 한나라당 개새끼들만은 죽여야 한다고 외치는 소리가 개소리가 아니라 사람 입에서 나오고 만다는 겁니다. 원래대로라면 이런 소리 하면 안 됩니다. 무조건적인 반대는 말이 안 되니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은 존재 자체가 악이므로 죽여야 합니다. 이 지독한 궤변이 진실일 수밖에 없는 현실, 그게 비극입니다. 비극.
.............
뭐, 한나라당 지지자로서는 못들어줄 소리인 건 알겠는데, 그래도 너네는 할 말 없다. 난 내 가족이란 이의 입에서 저런 소리나 하게 해 온 개새끼와 그 추종자들을 평생 용서 안 할 거니까. 너희의 거짓을 용납 안 할 거니까. 보기 싫거든 앵앵대지 말고 꺼지거나, 자살해. 아니면 한나라당을 떠나. 그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거면 그냥 내 욕을 뒤집어 쓰면 그만이야. 너희가 앞뒤 못 가리고 욕하고 있듯. 너희 따위의 증오와 분노가 과연 내 마음 속 응어리만 할까? 씨발 것들.
미리 말해두지만 기계적 합리, 중립주의자도 괜히 "반대한다고 해결될까요?" 같은 소리 할 양이면 입 닫고 그냥 가라. 난 지금 애들 장난 받을 생각 없어.
# by | 2007/10/11 00:29 | 삶의 흔적들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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