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웹표준으로 작업을 진행하는 까닭.

제 경우 요즘 웹표준을 준수해 웹페이지를 제작하고 있습니다. 테이블은 표 이외의 영역에는 쓰지 않고, 최소 파이어폭스와 익스플로러 두 브라우저에서만은 거의 같게 보이게끔. 웹표준 웹표준 하지만 처음 적응이 어렵다 할 뿐이지 익숙해지면 테이블 레이아웃 자체가 떠오르지 않는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웹표준 준수를 '의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효율성'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CSS 설정을 잘 잡으면 데이터를 써야 하는 영역 자체의 코드를 매우 간결하게 표현할 수 있고, 수정과 재생산이 무척 용이합니다. 크로스브라우징은 그 과정에서 어느 쪽에서든 잘 보이게 하자는 취지를 위해 따르고 있는 거고요. 사실 웹표준을 준수한다고 해도 익스플로러가 워낙 엉망진창인지라 마음먹은대로가 절대 한 번에 나오질 않으니 그걸 맞추다 시간이 더 걸리긴 합니다.

어쨌든 '완벽한 문법'을 구사해 W3C 검사에 통과하고 마크를 받아오는 것도 중요하다면 중요하겠습니다만, 사실 최소 둘에서 세 브라우저 정도에서 잘 보이면 무리는 없습니다. 저는 '완벽할 필요'보다는 '깔끔하게 처리할 필요'에 따라 작업 방식을 바꾼 것 뿐이에요.

다만 이렇게 작업하면서 "테이블 레이아웃에선 안 나오던 말이 왜 당신한테 가니까 나오느냐"라면서 볼멘소리를 하는 디자인 파트를 보면서는 이 나라 웹 환경의 한계점을 느끼곤 합니다. 사실 시간 내에 빨리 모양새 그대로 표현해내고 끝내는 걸 프로의 기준으로 삼자면 그쪽이 '효율적'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나온 결과물이 어떤 '괴물 같은 녀석'인지를 관계자들이 몰라서야 말이 되질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가 그게 어떻게 표현되는지를 모른 채 포토샵에서 죽죽 그려서 시안을 보내고 우리는 내부를 알 필요는 없다-라고 하는 건, 일견 이해는 하지만 그걸 표현해야 하는 사람으로서는 '이런 식의 디자인이 나오는 까닭'을 '몰라서'라고밖에 말할 수 없는 거죠. 미려한 디자인과 기술적 한계선이 반드시 충돌하는 건 아닐 텐데 매번 충돌하는 까닭은 서로의 영역에 관해 공부를 안 했단 소리겠죠.

웹표준이라는 화두는 제법 철학적인 고민을 하게끔 합니다. 표현 대상의 존재 의의라든가, 표현 방식의 존재 이유라든가 말이죠. 단지 '표준 준수'라는 기술적인 부분은 사실 부차적인 문제고, 실은 '그 표현을 통해서 무엇을 어떻게 화면에 그려낼 것인가' '무엇이 그 표현방식에 적합한 콘텐츠인가' 등으로 연결되는 거죠. 기술은 연마하면 되지만 고민을 거듭하기란 쉽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콘텐트판에도, 기술판에도 한 발씩 담그고 있는 저로서는 양쪽을 도무지 떨어뜨려놓고 생각할 수가 없네요. 그리고 지금 저는, 사실 이렇게 대단위 공동작업(사이트 세 개 동시 진행, 3사 컨소시움)에 참여하는 것도 처음이긴 하지만 서로가 각자 판에서 자기 영역 이야기만 하는 걸 보면서 기가 질려 죽을 맛입니다. 뭐, 저도 저대로 실수를 자주 저지르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확실한 건. 우리나라 웹 환경이 왜 이런 지경 이 지(삐익) 상태인가 그 이유를 엿볼 수 있었다고 할까요. 입에서 김도 나오고 욕도 나옵니다. 종종 드는 생각인데, 저도 그냥 머리 없고 생각 없이 시킨 대로만 만들어주면 그만일 기술자일 뿐이었으면 차라리 마음은 편했을 듯합니다. 괜한 생각이 너무 많이 오가요. 이런 일을 하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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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개인적으로는 아예 법적으로 익스플로러 시리즈의 사용을 막아야 한다라고 주장하고 싶어지는 요즘입니다. 그 어떤 오류와 비상식적인 결과도 "대다수가 쓰니까"라는 이유만으로 끼워 맞춰야 하는 건 정말 고역입니다. 브라우저가 브라우저 역할 이상을 탐내기 시작하며 괴물로 변한 시점에서 이 녀석은 사용 금지 조치를 내렸어야 합니다. 물론 그럴 수는 없을 테니 결국 아래부터 차근차근 바꿔가는 수밖에 없겠죠.

뭐가 절대선이고 절대악이고 같은 차원이 아니라, 실제로 반쪽짜리조차 못되는 쓰레기니까 쓰는 걸 바보스럽게 여겨야 하는 겁니다. 젠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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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야든동 지금 변화하고 있는 상황을 짚어 보자면. 우리나라 웹 환경이 익스플로러 전용화한 가장 큰 원인 가운데 하나인 전자결제에 관련하여 금융결제원과 오픈웹 사이에 민사소송이 걸려 있습니다. 소송 내용인즉 웹표준 단체인 오픈웹이 익스플로러 말고는 전자결제가 불가능한 현실을 지적하며 공인인증기관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겁니다만, 금결원이 정신 못차리고 질질 끌다가 현재 강제조정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결과가 7월 말에 나왔어야 하는데 담당 판사가 인사이동하는 바람에 좀 늦어지고 있다고 하네요.

익스플로러 이외의 브라우저에서 전자결제가 가능하다고 하면, 익스플로러만을 써야 할 이유가 사라지게 됩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다 파이어폭스나 오페라, 이번에 윈도우판이 나온 사파리 등으로 다 옮겨갈 건 아니겠습니다만 지금처럼 익스플로러에서만 잘 보이면 그만인 현실은 극복할 수 있겠죠.

알면 알수록 써선 안 되는 녀석. 그게 익스플로러라는 녀석입니다.

by 서찬휘 | 2007/08/18 08:11 | 삶의 흔적들 | 트랙백(1)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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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의외로수상한사람 at 2007/12/12 21:28

제목 : 표준과 기호,, standard & preferen..
오늘 저녁약속을 하고, 시간이 나서, 한국의 은행일을 하려고 패러렐로, 윈도우를 켜고, 익스플로러를 실행시켰다, 그리고 모 은행 사이트에 들어가서 회원가입을 하려니까, 각오는 되있었다, Active X를 또 여러가지 깔겠지?? 보안프로그램을 주구장창 깔더니, 안철수 바이러슬 까는 것이 아닌가, 까는 것도 진짜 오래 걸리는 데다가, 뭐가 실행되어있으니 다시 하라던지, 안된다던지 하는게 진짜 많아서, 저녁먹을 시간이 되서 도중에 나와......more

Commented by DECRO at 2007/08/18 13:01
그러면 어떻게 하십니까? 프레임?
전 표로 3~4개 웹브라우저를 띄우면서 적당히 처리 합니다만...
(애당초 원 사이트가 표로 되어 있어서...)
Commented by tommi at 2007/08/18 18:35
프로그래머 이신가요? 아님 html 코더 이신가요? 글을 읽을수록 공감 가는 부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저는 웹 디자이너 입니다
Commented by 서찬휘 at 2007/08/18 19:30
DECRO 님) 익스플로러와 파이어폭스를 띄워놓고 양쪽을 오가며 확인하죠. 프레임은 안 써요.
tommi 님) 일에 따라서 프로그래밍(PHP)을 하기도 하고 HTML코딩을 하기도 합니다. 웹디자인도 하긴 하지만 워낙 감각 자체가 투박해서 인기는 없네요. (…)
Commented by catnip at 2007/08/20 11:24
IE 6.0과 IE 7.0에서 또 안맞는 부분이 발견되네요...푸하하하.ㅠ_ㅠ
CSS문제라서 어디선가 찾아낸 버전별 설정으로 일단 수습은 해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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