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 수업 끝났다아….

네트워킹 데이라는 난관이 하나 더 남아 있긴 하지만.
어쨌거나 발표 수업 끝났다. A4 용지 스물 세 장, PPT 스물 한 장 분량의 주제 발표.

재밌었다.
아니, 그보다도….

스물 네 살 때였나? 4년 전이었나 5년 전이었나 한겨레 문화센터에서 특강을 나간 적이 있었더랬다.
아마 4년 전이었을 거다. 근데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이 나보다 나이가 어린 사람들이 하나도 없었더랬다.
강단에 처음 섰을 때 나에게 쏟아지던 시선들을 잊지 못한다. '어, 저 애새끼는 뭐지?'하는 시선.
수업에 들어가는데 바로 뻔히 보이는 데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던 사람 하며.
세 시간 정도 이야기를 했는데 단 한 순간도 청자를 제대로 휘어잡지 못했다는 자평이 늘 마음에 빚으로 남아 있었다. 첫 시선에 기가 눌린 것도 있고, 수업이 끝나고 모 만화가 단체 회원을 자처한 어떤 만화가 지망생의 "만화를 공부하려 해도 돈이 없으니 빌려보면서 공부하는 건 당연한데 그게 나쁜 것이냐"라던 소리에 신경줄이 홱 당겨졌던 것도 부끄러웠고.

오늘은 수업이 아니라 정리하고 준비한 자료를 발표하는 자리였지만.
어쨌거나 수십분은 떠들었던 것 같다. 원래 예정한 시간을 많이 초과하긴 했지만.
직전엔 조금 걱정스러웠는데, 막상 앞에 서서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펼쳐놓자.

신기하게 긴장이고 뭐고가 사라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엔가는 농까지 섞어가면서 신나게 떠들고 있었고.
무엇보다도 발표 도중 앞에 앉아 있는 사람들에게서 웃음을 끌어냈다.

…….
이제야 4년 전에 마음에 쌓아뒀던 빚을 좀 갚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너무나도 즐거웠다. 이젠 다시 강단에 서도 괜찮을 것 같다. 이젠 좀 더 여유로운 마음으로 재밌게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내용과는 별개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by 서찬휘 | 2006/11/03 01:24 | 삶의 흔적들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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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銀鳥-_- at 2006/11/03 09:24
레벨업하셨군요.
Commented at 2006/11/03 10:3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알비레오 at 2006/11/04 01:29
누구는 몇년 동안 학교 다니면서도 제일 어려운 게 앞에 나가서 발표하는 거였는데, 적응이 빠르신 걸 보니 체질이신가 봅니다.
(그게 아니라 알비레오가 소질이 없는 걸지도... orz)
Commented by 서찬휘 at 2006/11/06 00:02
銀鳥-_- 님) 레벨업. 그럴 지도요.
비공개 님) 연륜이라. 콜록. 하지만 좋았어요.
알비레오 님) 언젠가는 강단에 다시 서 보고 싶기에, 앞으로도 기회가 좀 더 많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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