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를테면, 사람의 정신이 붕괴한다는 것.

그것은 생각 이상으로 간단하다.
자신의 자존감, 존재감, 또는 자기 자신이 '필요'하다는 의식.
그것은 발을 딛고 서 있는 자리와도 같다. 문제는 이게 합판 정보의 경도밖에는 지니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조금만 콩 하고 뛰어 올랐다 내려앉으면 바로 균열이 일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엔가- 무너진다.
정신이 붕괴한다는 건 이처럼 허망할 정도로 간단하다.

사랑하던 이를, 좋아하던 이를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증오하는 것도
향상심과 정의감과 승부욕에 불타던 이가 어느 순간 손목을 긋는 것도
자존심 강하던 이가 순식간에 자신감 없는 모습으로 전락하는 것도

너무나도 간단한 일이다.
누구나 그 순간을 맞이할 수 있다.
선택의 순간은 언제나 말 그대로 '찰나'고
그 요인 또한 자신 외의 사람에겐 '아무것도 아닌 것'이다.

따라서 파멸한 사람을 이해해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당사자는 자신의 현재를 인지할 수 없으며-
정신과 의사는 환자를 상대하고 있을 뿐 이해하려 들지는 않는다.



그 끔찍한 순간을 다시 경험하고 싶지는 않으나-
뇌 한 구석이 끔찍할 정도로 조여 오는 감각을 느낄 때마다 절규할 수밖에 없다.
살아 있으되 살아 있지 않고, 웃고 있으되 울고 있는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그러나 가끔은
핑계를 남발하며 그 시절로 도망치고 싶어질 때가 온다.
위험하다.
이 감각은 정말로 위험하다.

도망치고 싶을 때, 약해지려 때는 언제든 뇌리를 위협한다.
뇌가 파열할 것만 같은 이 감각을 누구에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아니, 불가능하다.
다만 이 기록을 남김으로써 오늘의 내가 아직 울부짖고 절규할 지언정 어떻게든 버티고 있음을 알린다. 내일 이 글을 다시 보며 죽어라 부끄러워 할 나에게.

by 서찬휘 | 2006/07/19 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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