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여돼

안경, 여드름, 돼지. 줄여서 안여돼.
요즘 한창 날리고 있는 어떤 사람의 오타쿠 비난글에 등장하는 '오타쿠의 전형'이다.

물론 오타쿠 = '안여돼'란 정의는 물론 온당하진 않지만, 사회 인식이란 게 언제나 온당한 쪽으로만 흐르진 않는 법인지라 나쁜 쪽으로 인식받은 개념은 일종의 세뇌효과를 불러 일으킨다. 이번 Xneo란 사람의 글과 그에 동조하는 이들의 글을 보면 애들 특유의 응징심리가 이쪽을 향해 발동한 것 뿐이다. 놀랍게도 "재수 없으니 패도 되지 않는가"라는 말을 공공연하게 할 수 있는 그 용맹함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안여돼는 재수 없는 것, 오타쿠는 안여돼. 응징해도 되는 것들. 심지어 일빠. 더군다나 이글루스에 그런 애들 잔뜩 있다, 그것들 다 쓰레기다. 이런 일반화의 오류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물론 어느 하나 온당하지 않다.

굳이 분노할 것도 없을 만큼, 말 그대로 '저열'하다. 오히려 지금 상당수 사람들이 몰려들어 그 사람을 '패고' 있는(그리고 그 당사자도 한 치도 안 지고 있는) 꼴은 또 다른 응징심리에 지나지 않는다. 나는 오타쿠가 아니야, 혹은 오타쿠의 본 뜻도 모르면서!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글쓴이는 애초에 오타쿠를 욕한 게 아니라 제 눈에 눈꼴시린, 제 관점에서 봤을 때 변태들에 지나지 않는 부류를 싸잡아 오타쿠라 칭하고 안여돼의 인상을 끌고 들어와 비아냥거렸을 뿐이다. 당연히 오타쿠가 뭔지 알 것도 없고 알 수도 없으며 알 필요도 못 느낀다. 지적 받으니 부랴부랴 '정상 오타쿠'니 뭐니 하며 개념 세우는 거 보시라. 저 사람은 제 딴엔 잘못한 게 아무것도 없다. 당연히 욕 먹어 싼 놈들을 욕했고, 자신이 욕한 놈들이 괜히 쫓아와서 난리치는 건 도둑놈이 제 발 저린다는 속담을 훌륭하게 증명하고 있는 모습이니 오히려 즐거울 거다. 그런 점에서, 시쳇말로 하자면 훌륭한 낚시글이었고 그의 블로그는 확실하게 만선 채웠다. 파닥파닥.

여담이지만 날더러 오타쿠라고 하는 사람들을 보면 예전엔 부정하려 들었지만 요즘은 그냥 웃어 넘기곤 한다. 별 수 없다. 이러이러하니 오타쿠 아니냐고 캐묻는데 일일이 반론하고 싶은 생각도 없고, '만화 즐김이'로서의 나만 잃지 않으면 그만이지 뭐. 어차피 오타쿠 3원칙에 따르면 오타쿠란 거 극구 부정하면 오타쿠더만(…). 즉 오타쿠라고 불리면 어차피 긍정이든 부정이든 상대에게 나는 오타쿠다. 그럼 그리 생각하라고 할 수밖에.

by 서찬휘 | 2006/02/19 20:01 | 만화/만화영화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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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시대유감 at 2006/02/19 20:04
사실 그거 사람에 따라선 욕 중에서도 상욕이라고 분류할 법한 단어인데..
어쩌다가 그리 널리도 퍼졌는지 참 알다가도 모르겠습니다.
Commented by 서찬휘 at 2006/02/19 20:09
'애자' 같은 표현과 같이, 자신과 남을 구분짓고 그 안에서 자기 우월성을 느끼고 싶어하는 유아퇴행적 행태에 지나지 않는다고 봅니다. 부모가 옆에 있다면, 이런 말을 공공연히 입에 올리며 남을 업신여기려는 아이를 혼내줘야 할 텐데 말입니다. 현실은 반대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가르쳐주는 형편이거든요.
Commented by 아크몬드 at 2006/02/19 20:38
오타쿠 = 당신(약간 안좋게 부를때?)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점점 좋지 않은 의미로 변질되었군요..;
Commented by Skyjet at 2006/02/19 20:42
XEno란 사람은 도대체, 비판을 하자는 건지. 비방을 하자는 건지. 그 사람은 어떠신 분일까요?
Commented by 서린언니 at 2006/02/19 21:08
저런놈들이 우리 한국 애니메이터들이 만든 (일본 애니의 80%이상) 애니를 본다면 다 눈을 파버릴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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