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01월 12일
만화 원작 드라마 「궁」 1화 감상
(원문은 이곳에서)
서찬휘입니다.
11일 21시 55분부터 MBC에서 첫 방영하기 시작한 드라마 「궁」 1화의 감상입니다. 사실 걱정이 많았죠. 과연 그 이야기, 그 캐릭터, 그 설정들을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름대로 합격점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가히 배경미술의 승리라 할 수 있을 만큼 예쁜 소품과 배경, 그리고 이를 온화하게 잡아낸 영상은 일단 시작부터 숨을 죽이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드라마라기보다는 영화를 연상케 하는 프레임(16:9)와 질감을 보여준 영상은 확실히 좋았어요. 색감도 참 포근했고. 1화라서 힘을 팍 줬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시선을 잡아두는 힘을 보여줬습니다.
▷ 1화에서 드러난 연출 방향은 '만화를 화면에 옮겨놓은 듯한 드라마'입니다. 이는 흔히 편견을 갖듯 단순히 연기에 과장을 넣는 걸 뜻하진 않습니다. 물론 친구 역의 단지 씨나 아빠 역의 강남길 씨를 비롯해 등장인물들 상당수가 개그성 오버를 자행하긴 합니다만, 그런 오버는 시트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죠. 오히려 만화적이라 할 수 있는 건, 카메라의 움직임이나 자막·넌리니어 처리 등 화면 연출 방법 자체가 만화 문법을 화면에 재현하는 데에 충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득이 될지, 독이 될지는 시청자들의 성향에 따라 상당히 갈릴 거라는 예상입니다. 실제로 방송 끝나자마자 부지런하게도 올라온 감상을 읽어보면 이러한 것이 강하게 드러나는데, 원작 이전에 먼저 만화 문법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은 그 자체에 크게 어색해하지 않는 데 반해 드라마나 영화밖에 보지 않았던 이들은 이러한 연출에 심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 '만화 같음 = 유치함'이라는 공식은 물론 편견을 넘어서 무지입니다만, 작품이 그러한 코드를 빌려 쓰면서도 얼마나 극의 재미로 승부를 걸어주느냐가 편견을 익숙함으로 바꾸는 열쇠일 거라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참고로 대략 난감이니 ㅤㅂㅞㄺ이니 하는 말들이 나온 거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도 많은데, 몇몇 분에게선 이게 만화적이라고 여기는 분도 계시는 듯합니다. ‘만화 같은’이란 표현을 너무 엉뚱하게 쓰진 않았으면 싶은데, 저런 경우는 참으로 ‘대략 난감’합니다. 물론 좀 심하게 쓰면 곤란은 하겠습니다만… 이후 화수부터는 도입부의 분위기 띄우기용 오버보다는 내면 표현에도 조금 더 신경을 써 주어야 하겠지요. 그 중에서도 신이의 연기가 지금보다 훨씬 나아져야 할 텐데 말입니다.
▷ 영향이라고 하니, 만화영화 쪽에서 자주 볼 수 있던 아이캐치(일본 등 중간 광고가 있는 나라의 영상물에서 볼 수 있는 연결용 꺽쇠 영상)를 집어넣어 극의 흐름을 유도하고 잔재미를 주는 효과를 준 것도 눈여겨 볼 만합니다. 이쪽에 익숙한 사람들은 저 부분에서 웃음을 지었을 듯하네요.
▷ 제일 논란이었던 인물 기용에 대해서. 논란은 역시 윤은혜가 채경이 역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점이었겠죠. 드라마에서의 첫 인상은 '안 닮았다'였는데… 보고 있노라니 슬금슬금 동화가 되더라고요. 1화 마지막쯤 되어선 그냥 "우와 저 푼수짓!"하며 깔깔대고 웃을 수 있었습니다. 체육복 바지를 스커트 아래에 입어놓고 파닥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름대로'의 채경이 모습이 나오더라고요. 물론 똑같진 않습니다만…. 나름의 채경이를 소화해냈다는 점에선 괜찮았지 싶어요. 오히려 저는 신이의 경우가 마음에 걸리더군요. 채경이가 일단 좀 저지르고 다니는 인물이니까 발랄함과 푼수 짓으로 연기의 부족함을 덮는 부분이 있지만, 신이의 경우는 대사를 할 때 감정선 잡기가 좀 복잡할 텐데 정작 그 인물이 국어책 읽기에 가까운 발성을 하니 말입니다. 심지어 효린이까지 합세해서 그러고 있으니 조금 난감하더군요. 2화부터 모습을 짙게 드러낼 의성군 율이는 어떠할지 궁금합니다.
▷ 일단 젊은 연기자들의 경우 이렇듯 좀 가볍고 달리는 연기력을 보여주지만, 다행스럽게도 어른 역할을 맡아주는 연기자들은 선이 딱 굵게 나와 주고 있어서 안심입니다. 김혜자 선생님(황태후 박씨)을 비롯해 박찬환(황제) 씨, 윤유선(황후 민씨) 씨의 연기는 비록 짧게 등장했지만 자칫 가벼워질 수 있는 극의 무게를 딱 다잡아주고 있었습니다. 다만 혜정궁 역의 심혜진 씨는… 죄송합니다. 「안녕, 프란체스카」에서의 그 인상이 그대로 묻어나는 느낌이어서 심각해야 할 듯한 분위기에서도 푸핫 하고 웃고 말았습니다. 무섭습니다. 이 아주머니도.
▷ 그나저나 공 내시 할아버지가 너무 '멋있게' 나오셨습니다. 설마 저 할아버지가-라고 했건만, 확인하고선 그대로 뒤로 넘어갔네요. 온화하게 미소 지으시는 그 인상이라니, 그 자체로 심장에 무리가 갑니다. 칠렐레 팔렐레 "도련니이이이임" 하며 뛰어오시는 공 내시 할아버지는 어디로 가신 겝니까! 그야말로 새끈한 로맨스 그레이로 탈바꿈하셨습니다.
▷ 이야기를 얼마나 각색을 했는가 하는 것도 분명 짚을 부분인데, 일단 큰 틀은 만화를 거의 그대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다만 자잘한 부분은 바뀌어 있는데, 이를테면 채경이네 할아버지가 등장하지 않고 엄마 아빠의 상황을 좀 더 억척스럽게 해 두었죠. 전업주부 아빠, 차압딱지가 붙는 집안 풍경…. 채경이가 궁으로 향하게 하는 이유를 좀 더 진하게 묘사한 각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친구들도 조금 더 개성을 부여해서 '오버 빠순이'에다 굳건한 현실감각을 자랑하는 안경소녀 하나를 박아두었는데 얘들이 의외로 재밌더군요.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지만, 과연 얼마나 더 나올는지는 글쎄요. 어쨌든, 1화의 이 ‘큰 줄기를 충실히 따라가되 강조와 생략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과감하게 처리한다’가 앞으로 「궁」이 보여줄 원작과의 관계일 듯합니다.
▷ 여담으로… 채경이의 망상 속이긴 하지만 신이의 "나한테 거역하는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 제법 깜찍 발칙한데."라는 대사, 그대로 닭살이 좍 오르더군요. 얘들이 과연 합치고 난 후에 어떤 닭살 신공을 펼칠지, 벌써부터 피부가 요동을 칩니다.
- 난 강하진 않지만, 내 바람은 높은 곳을 날아.
찬휘였습니다.
서찬휘입니다.
11일 21시 55분부터 MBC에서 첫 방영하기 시작한 드라마 「궁」 1화의 감상입니다. 사실 걱정이 많았죠. 과연 그 이야기, 그 캐릭터, 그 설정들을 어떻게 살려낼 것인가…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름대로 합격점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 가히 배경미술의 승리라 할 수 있을 만큼 예쁜 소품과 배경, 그리고 이를 온화하게 잡아낸 영상은 일단 시작부터 숨을 죽이게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드라마라기보다는 영화를 연상케 하는 프레임(16:9)와 질감을 보여준 영상은 확실히 좋았어요. 색감도 참 포근했고. 1화라서 힘을 팍 줬기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시선을 잡아두는 힘을 보여줬습니다.
▷ 1화에서 드러난 연출 방향은 '만화를 화면에 옮겨놓은 듯한 드라마'입니다. 이는 흔히 편견을 갖듯 단순히 연기에 과장을 넣는 걸 뜻하진 않습니다. 물론 친구 역의 단지 씨나 아빠 역의 강남길 씨를 비롯해 등장인물들 상당수가 개그성 오버를 자행하긴 합니다만, 그런 오버는 시트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죠. 오히려 만화적이라 할 수 있는 건, 카메라의 움직임이나 자막·넌리니어 처리 등 화면 연출 방법 자체가 만화 문법을 화면에 재현하는 데에 충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득이 될지, 독이 될지는 시청자들의 성향에 따라 상당히 갈릴 거라는 예상입니다. 실제로 방송 끝나자마자 부지런하게도 올라온 감상을 읽어보면 이러한 것이 강하게 드러나는데, 원작 이전에 먼저 만화 문법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은 그 자체에 크게 어색해하지 않는 데 반해 드라마나 영화밖에 보지 않았던 이들은 이러한 연출에 심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 '만화 같음 = 유치함'이라는 공식은 물론 편견을 넘어서 무지입니다만, 작품이 그러한 코드를 빌려 쓰면서도 얼마나 극의 재미로 승부를 걸어주느냐가 편견을 익숙함으로 바꾸는 열쇠일 거라는 생각을 들게 합니다. 참고로 대략 난감이니 ㅤㅂㅞㄺ이니 하는 말들이 나온 거에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도 많은데, 몇몇 분에게선 이게 만화적이라고 여기는 분도 계시는 듯합니다. ‘만화 같은’이란 표현을 너무 엉뚱하게 쓰진 않았으면 싶은데, 저런 경우는 참으로 ‘대략 난감’합니다. 물론 좀 심하게 쓰면 곤란은 하겠습니다만… 이후 화수부터는 도입부의 분위기 띄우기용 오버보다는 내면 표현에도 조금 더 신경을 써 주어야 하겠지요. 그 중에서도 신이의 연기가 지금보다 훨씬 나아져야 할 텐데 말입니다.
▷ 영향이라고 하니, 만화영화 쪽에서 자주 볼 수 있던 아이캐치(일본 등 중간 광고가 있는 나라의 영상물에서 볼 수 있는 연결용 꺽쇠 영상)를 집어넣어 극의 흐름을 유도하고 잔재미를 주는 효과를 준 것도 눈여겨 볼 만합니다. 이쪽에 익숙한 사람들은 저 부분에서 웃음을 지었을 듯하네요.
▷ 제일 논란이었던 인물 기용에 대해서. 논란은 역시 윤은혜가 채경이 역을 제대로 소화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점이었겠죠. 드라마에서의 첫 인상은 '안 닮았다'였는데… 보고 있노라니 슬금슬금 동화가 되더라고요. 1화 마지막쯤 되어선 그냥 "우와 저 푼수짓!"하며 깔깔대고 웃을 수 있었습니다. 체육복 바지를 스커트 아래에 입어놓고 파닥대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나름대로'의 채경이 모습이 나오더라고요. 물론 똑같진 않습니다만…. 나름의 채경이를 소화해냈다는 점에선 괜찮았지 싶어요. 오히려 저는 신이의 경우가 마음에 걸리더군요. 채경이가 일단 좀 저지르고 다니는 인물이니까 발랄함과 푼수 짓으로 연기의 부족함을 덮는 부분이 있지만, 신이의 경우는 대사를 할 때 감정선 잡기가 좀 복잡할 텐데 정작 그 인물이 국어책 읽기에 가까운 발성을 하니 말입니다. 심지어 효린이까지 합세해서 그러고 있으니 조금 난감하더군요. 2화부터 모습을 짙게 드러낼 의성군 율이는 어떠할지 궁금합니다.
▷ 일단 젊은 연기자들의 경우 이렇듯 좀 가볍고 달리는 연기력을 보여주지만, 다행스럽게도 어른 역할을 맡아주는 연기자들은 선이 딱 굵게 나와 주고 있어서 안심입니다. 김혜자 선생님(황태후 박씨)을 비롯해 박찬환(황제) 씨, 윤유선(황후 민씨) 씨의 연기는 비록 짧게 등장했지만 자칫 가벼워질 수 있는 극의 무게를 딱 다잡아주고 있었습니다. 다만 혜정궁 역의 심혜진 씨는… 죄송합니다. 「안녕, 프란체스카」에서의 그 인상이 그대로 묻어나는 느낌이어서 심각해야 할 듯한 분위기에서도 푸핫 하고 웃고 말았습니다. 무섭습니다. 이 아주머니도.
▷ 그나저나 공 내시 할아버지가 너무 '멋있게' 나오셨습니다. 설마 저 할아버지가-라고 했건만, 확인하고선 그대로 뒤로 넘어갔네요. 온화하게 미소 지으시는 그 인상이라니, 그 자체로 심장에 무리가 갑니다. 칠렐레 팔렐레 "도련니이이이임" 하며 뛰어오시는 공 내시 할아버지는 어디로 가신 겝니까! 그야말로 새끈한 로맨스 그레이로 탈바꿈하셨습니다.
▷ 이야기를 얼마나 각색을 했는가 하는 것도 분명 짚을 부분인데, 일단 큰 틀은 만화를 거의 그대로 따라가고 있습니다. 다만 자잘한 부분은 바뀌어 있는데, 이를테면 채경이네 할아버지가 등장하지 않고 엄마 아빠의 상황을 좀 더 억척스럽게 해 두었죠. 전업주부 아빠, 차압딱지가 붙는 집안 풍경…. 채경이가 궁으로 향하게 하는 이유를 좀 더 진하게 묘사한 각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친구들도 조금 더 개성을 부여해서 '오버 빠순이'에다 굳건한 현실감각을 자랑하는 안경소녀 하나를 박아두었는데 얘들이 의외로 재밌더군요. 앞으로의 활약이 기대…되지만, 과연 얼마나 더 나올는지는 글쎄요. 어쨌든, 1화의 이 ‘큰 줄기를 충실히 따라가되 강조와 생략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과감하게 처리한다’가 앞으로 「궁」이 보여줄 원작과의 관계일 듯합니다.
▷ 여담으로… 채경이의 망상 속이긴 하지만 신이의 "나한테 거역하는 여자는 네가 처음이야. 제법 깜찍 발칙한데."라는 대사, 그대로 닭살이 좍 오르더군요. 얘들이 과연 합치고 난 후에 어떤 닭살 신공을 펼칠지, 벌써부터 피부가 요동을 칩니다.
- 난 강하진 않지만, 내 바람은 높은 곳을 날아.
찬휘였습니다.
# by | 2006/01/12 00:34 | 만화/만화영화 | 트랙백(2)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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