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08월 02일
때론….
"게시판을 하나 짜 보거라"라고 감 안 잡히게 지정해주는 것보다
"모에판을 하나 짜 보거라"라고 명확하게 지정해주는 쪽이 훨씬 재미난 숙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프로그래밍 교육도 얼마든지 재미있고 불끈거리게 진행할 수 있단 말이지!
…….
교육상 안 좋다고 학부모들에게 욕 먹을까? (……)
......................
대학에 다닐 때 웹 프로그래밍 시간에 ASP를 배웠다.
이미 독학해서 늘상 하던 PHP면 좀 널널하겠거니 했는데 ASP인 바람에 첫 시간부터 좌절하고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당시 ASP를 가르치던 교수는 교재 하나 던져주고 다짜고자 기능별 함수 설명만 들입다 파들어가곤, 학기말 과제로 게시판을 짜라고 했다. 그러나 말이야 쉽지 함수를 가르쳐주는 것과, 그걸 응용해서 게시판을 짜는 건 별개의 문제다. 글의 입출력과 목록화, DB에서 쿼리 넣어 결과물 뽑아내는 것까지… 물론 한 학기 안에 때워야 하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그래서야 그냥 '게시판만 만들 줄 아는' 기술자 하나가 한 학기 안에 나올 뿐. 학기 지나면 다 잊을 수밖에.
내 경우 PHP를 했었기 때문에, 학교 수업과는 별개로 ASP 문법을 보면서 머릿속에서 '번역'해가면서 익히고 있었다. 그 편이 차라리 편하긴 했고, 숙제도 결국 먼저 PHP로 짠 걸 ASP로 '번역'해서 들이 밀었다. 성적은 좋게 나왔지만 재미는 정말 없었다. 게시판 짜서 뭐에 쓸 수 있게 할 건지에 대해선 아이들에겐 아무런 말도 없었고, 응용력도 주지 않았던 거다. 물론 웹은 물론 서버의 구조조차 모르는 이들이 허다했으니 뭘 어찌 해야 할지 막막하긴 했겠지만. 덕분에 정말 귀찮아-모드로 내지른 내 프로그램이 A학점을 받을 수 있었겠지만.
초보자들에게는 소위 초보자의 행운이란 게 있어서, 설익게 배운 사람보다 오히려 결과물이 좋게 나올 때가 있다. 그리고 여기에 재미를 붙여 배우기 시작할 때 비로소 쌓일 여건이 생긴다. 그 여건을 조장해주는 게 가르치는 사람의 몫이라 생각하는데, 태반의 교육에선 그 행운이란 것조차 쓰일 여유를 안 주고 무조건 기능 보유자로만 기르려고 든다. 과연 그 자리에서 ASP를 배운 친구들이 그 지식을 나중에 이용할 수 있었을까? 하려 해도 처음부터 다시 배웠어야 할 거다. 거기서의 교육은, 'ASP게시판을 짜는 것'이외에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들이었으니까.
그러니 차라리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특정한 프로그램을 짜게 하는 게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거다. 모에판이면 그림 업로드와 목록화, 트래픽을 염두에 둔 쿼리의 최적화가 필요할 것이고, 카운터라면 단순히 숫자 출력만으로는 파일입출력만으로도 가능할 터이나 기왕 하는 거 각종 정보 수집도 같이 하게 할 수 있을 것이고 등등 말이다. 그러면 초보자에겐 어렵다고 여겨지긴 하더라도, 해보기 위해서 삽질하는 것에 '행운'은 붙는다. 무조건 따라하라는 것 보다야 훨씬.
토익같은 거 교재를 보면 따라만 해도 몇 점 이상-이라든지, 이대로만 하면 얼마를 딸 수 있다느니, 컴퓨터 쪽도 마찬가지로 베껴 쓰면 만들 수 있다느니 하는 책이 지천에 널려 있다. 그게 한계다. 딱 그렇게만 가르치잖아. 좀 더 '뭐를 짜보고 싶은가'를 생각할 수 있게끔 해 줄 필요는 못 느끼는 걸까? 왜 '이대로만 짜서 내라'만 가르치는 걸까?
결국 창작능력의 부족인 셈이다. 창작력을 길러야 거기에 기술이 붙는다.
'뭘 하고 싶은가'를 깨닫게 해 주고, 그에 특화한 방향을 알려줘 넉넉히 시간을 주고 알아서 파들어가보게만 해 보라.
함수 일일이 안 알려줘도 된다. 어차피 바이블 류의 책을 다 외울 수도 없는 거고.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해냈다!'라는 마음이 들게끔 해 주면 그걸로 처음은 성공한 거라고 생각한다.
이 '해냈다!'라는 마음이 들지 않는 교육을 우리는 늘 받아왔다.
그저 못했으니 쓰레기다라는 소리만 들어왔지.
"모에판을 하나 짜 보거라"라고 명확하게 지정해주는 쪽이 훨씬 재미난 숙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프로그래밍 교육도 얼마든지 재미있고 불끈거리게 진행할 수 있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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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상 안 좋다고 학부모들에게 욕 먹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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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다닐 때 웹 프로그래밍 시간에 ASP를 배웠다.
이미 독학해서 늘상 하던 PHP면 좀 널널하겠거니 했는데 ASP인 바람에 첫 시간부터 좌절하고 들어갔던 기억이 난다. 당시 ASP를 가르치던 교수는 교재 하나 던져주고 다짜고자 기능별 함수 설명만 들입다 파들어가곤, 학기말 과제로 게시판을 짜라고 했다. 그러나 말이야 쉽지 함수를 가르쳐주는 것과, 그걸 응용해서 게시판을 짜는 건 별개의 문제다. 글의 입출력과 목록화, DB에서 쿼리 넣어 결과물 뽑아내는 것까지… 물론 한 학기 안에 때워야 하는 한계가 있긴 하지만 그래서야 그냥 '게시판만 만들 줄 아는' 기술자 하나가 한 학기 안에 나올 뿐. 학기 지나면 다 잊을 수밖에.
내 경우 PHP를 했었기 때문에, 학교 수업과는 별개로 ASP 문법을 보면서 머릿속에서 '번역'해가면서 익히고 있었다. 그 편이 차라리 편하긴 했고, 숙제도 결국 먼저 PHP로 짠 걸 ASP로 '번역'해서 들이 밀었다. 성적은 좋게 나왔지만 재미는 정말 없었다. 게시판 짜서 뭐에 쓸 수 있게 할 건지에 대해선 아이들에겐 아무런 말도 없었고, 응용력도 주지 않았던 거다. 물론 웹은 물론 서버의 구조조차 모르는 이들이 허다했으니 뭘 어찌 해야 할지 막막하긴 했겠지만. 덕분에 정말 귀찮아-모드로 내지른 내 프로그램이 A학점을 받을 수 있었겠지만.
초보자들에게는 소위 초보자의 행운이란 게 있어서, 설익게 배운 사람보다 오히려 결과물이 좋게 나올 때가 있다. 그리고 여기에 재미를 붙여 배우기 시작할 때 비로소 쌓일 여건이 생긴다. 그 여건을 조장해주는 게 가르치는 사람의 몫이라 생각하는데, 태반의 교육에선 그 행운이란 것조차 쓰일 여유를 안 주고 무조건 기능 보유자로만 기르려고 든다. 과연 그 자리에서 ASP를 배운 친구들이 그 지식을 나중에 이용할 수 있었을까? 하려 해도 처음부터 다시 배웠어야 할 거다. 거기서의 교육은, 'ASP게시판을 짜는 것'이외에는 아무런 쓸모가 없는 것들이었으니까.
그러니 차라리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특정한 프로그램을 짜게 하는 게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거다. 모에판이면 그림 업로드와 목록화, 트래픽을 염두에 둔 쿼리의 최적화가 필요할 것이고, 카운터라면 단순히 숫자 출력만으로는 파일입출력만으로도 가능할 터이나 기왕 하는 거 각종 정보 수집도 같이 하게 할 수 있을 것이고 등등 말이다. 그러면 초보자에겐 어렵다고 여겨지긴 하더라도, 해보기 위해서 삽질하는 것에 '행운'은 붙는다. 무조건 따라하라는 것 보다야 훨씬.
토익같은 거 교재를 보면 따라만 해도 몇 점 이상-이라든지, 이대로만 하면 얼마를 딸 수 있다느니, 컴퓨터 쪽도 마찬가지로 베껴 쓰면 만들 수 있다느니 하는 책이 지천에 널려 있다. 그게 한계다. 딱 그렇게만 가르치잖아. 좀 더 '뭐를 짜보고 싶은가'를 생각할 수 있게끔 해 줄 필요는 못 느끼는 걸까? 왜 '이대로만 짜서 내라'만 가르치는 걸까?
결국 창작능력의 부족인 셈이다. 창작력을 길러야 거기에 기술이 붙는다.
'뭘 하고 싶은가'를 깨닫게 해 주고, 그에 특화한 방향을 알려줘 넉넉히 시간을 주고 알아서 파들어가보게만 해 보라.
함수 일일이 안 알려줘도 된다. 어차피 바이블 류의 책을 다 외울 수도 없는 거고.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해냈다!'라는 마음이 들게끔 해 주면 그걸로 처음은 성공한 거라고 생각한다.
이 '해냈다!'라는 마음이 들지 않는 교육을 우리는 늘 받아왔다.
그저 못했으니 쓰레기다라는 소리만 들어왔지.
# by | 2005/08/02 12:14 | 셈틀놀이 | 트랙백 | 덧글(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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